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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an 06. 2022

'밥’을 통해 바라본 별난 지구촌 사람들

쌀로 다문화를 이해하는 법

밥 혹은 쌀은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 여러 곳에서 사랑받는 보편적인 곡류이다. 그런데 쌀을 다루는 법이나 밥을 짓는 법 혹은 쌀을 이용한 요리 법은 문화권마다 너무도 다르고 다양하다. 밥을 통해 지구인들이 얼마나 별나고 특이한지 살펴보겠다.


호주에 처음 와서 밥으로 인해 놀란 두 가지가 있다.

1.     호주인이 밥 짓는 법.

1)    들통에 물을 끓인다.

2)    물이 끓으면 씻지 않은 쌀을 넣는다.

3)    얼마간 익힌 뒤 끓는 물을 따라낸다.

4)    그릇에 덜어 카레 등의 소스와 먹는다.

도대체 왜 밥을 이렇게 짓는지 너무 놀랐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들은 파스타나 국수 삶듯이 쌀도 삶

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좀 됐다. 아시안 이민자도 늘고 아시안 요리가 인기가 많아서인지 요즘은 전기밥통을 집에 구비해서 한국식으로(?) 밥을 짓는 호주인도 꽤 많다.


2.     아시안 식품점에서 나는 쌀 냄새.

멜번에서 처음 살던 곳엔 주변에 한국식품점이 없어 베트남 혹은 중국인 상점에 가고는 했는데, 입구에서부터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러 늘 비위가 상했다. 매번 참기도 힘들어 도대체 냄새의 정체가 무얼까 파헤쳐 보았는데, 뜻밖에도 구석에 쌓아놓은 쌀부대에서 그 냄새가 나는 게 아닌가? 거기서 또 두 가지로 놀랐다.

1)    쌀 냄새가 이렇게 독하다니-난 쌀이나 밥이 무색 무미 무취에 가까운 줄 알았는데.

2)    평생 쌀을 주식으로 삼아온 내가 이 냄새를 이토록 역겨워한다는 것에 대해. 그렇다면, 쌀을 자주 먹지 않는 이들은 이 냄새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그 뒤로 문화권이나 국적 인종이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쌀이나 밥에 대한 연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새롭게 배웠던 몇 가지들을 나눠보자.


1.     사람들은 꽤 자주 쌀을 씻지 않고 밥을 짓는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리조또를 요리할 때 봉지 쌀을 바로 프라이팬에 볶거나 육수에 넣어 끓인다. 호주에서 요리를 공부하는 친구는 ‘쌀을 씻으면 찰기가 떨어지니까 절대 씻지 말라’고 선생에게 배웠단다.

도정된 쌀을 더럽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씻지 않기도 하는 것이리라. 이미 껍질을 벗겼는데 뭘 따로 씻느냔 말이다. 가령, 사과 껍질을 깎은 뒤 또 물에 씻어 먹는 게 이상한 것처럼. 밀의 경우를 봐도, 도정을 한 뒤 바로 가루를 내서 빵으로 굽고 국수도 만든다. 밀가루로 빻기 전에 밀을 씻지도 않거니와 밀가루를 헹군 뒤 요리하는 사람도 없다. 근데 왜 쌀만 자꾸 씻는가 말이다.ㅋ


내 경험으론 한국인과 일본인이 쌀을 여러 번 열심히 씻는 것 같다. 영양분 손실이 생기니 살살 덜 씻으라는 교육도 꽤 있었는데 말이다. 예전엔 쌀을 짓이기듯 비벼내 뽀얀 물을 다 내다 버리며 깔끔 떨지 않았는가. 참고로 난 한번 정도 씻는다. 두 번 이상은 절대 씻지 않는다. 물 시간 노동 절약, 영양 손실 방지 차원에서…


2.     쌀의 찰기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

쌀은 통상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쫄깃한 미디엄 그레인(Medium grain)과 동남아인들이 좋아하는 날아다니는 롱 그레인(Long grain)으로 나눌 수 있겠다. 어느 날 베트남 홍콩 출신의 지인들에게 밥을 차려내며, ‘딴 건 몰라도 밥만큼은 찰기 있는 미디엄 그레인이 맛있지 않냐’고 가볍게 물었더니, 그들은 정말 충격받은 듯 절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밥이 가닥가닥 떨어져야 신선하고 맛있지, 다 달라붙어 있으면 불어 터진 국수를 먹는 것처럼 불편하다’는 게다. 헉! 그럴 수도 있구나.    


3.     쌀의 향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

수퍼에 가면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쌀이 있다. 길이 색깔 모양뿐 아니라 향과 맛도 제각각이다. 호기심에 특이한 쌀 한 봉지씩 사다가 밥을 해 먹어 보는 게 한때의 취미였다. 별별 향이 다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런 독특한 향을 별미로 여기는지라 가령, 태국 식당에 가면 재스민향 밥이니 코코넛 밀크 밥이니를 선택하라고 한다. 이것저것 추가 안 한 맨밥이 내겐 최고라 제일 저렴한 맨밥을 주로 주문한다. 그래도 집에선 가끔씩 콩이나 팥을 넣어 밥을 짓는데, 아시안계 손님들이 매우 놀란다. 밥에 콩도 넣냐고…… 동남아 인들은 콩이나 팥을 주로 디저트 요리로 먹는다. 단팥죽처럼.


4. 쌀의 맛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

고소한 밥, 달콤한 밥 혹은 시큼한 밥... 그래도 아시안들에게는 밥은 고소한 맛(savory)에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스 인들에게 밥은 디저트(sweet)다. 쌀과 우유 설탕 크림이 듬뿍 들어간 달콤한 라이스 푸딩을 즐겨먹는다. 일본인들은 식초를 뿌려 초밥을 먹고, 중동인들은 강한 허브와 레몬즙을 짜 넣어 샐러드처럼 해 먹는다. 초밥은 익숙해서인지 맛있지만, 시큼하고 설익은 길쭉한 쌀밥을 양고기와 같이 먹다 보면, 꼭 이렇게 요리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란 사람들은 온갖 향신료와 건포도 등의 마른 과일을 넣고 밥을 볶은 뒤 그 위에 아몬드 잣가루 샤프란 등을 뿌려 주식으로 먹고. 인도네시아인들은 밥에 단무지처럼 노란 물을 들여 지은 뒤 케잌처럼 몇 단을 쌓아 올려, 특별한 날 먹는다.  

어디 그뿐인가 쌀로 국수를 만들기도 하고, 전병을 만들어 쌈 싸 먹기도 하고, 기름에 튀겨먹고 뻥 튀겨 먹고 떡을 쳐서 먹고… 인간들의 창의력은 참 대단하지 않은가!


5.     눌은밥과 숭늉에 대한 사견.

한국 사람들은 밥 한 그릇을 비운 뒤, 따끈한 눌은밥이나 숭늉 한 그릇을 대접받으면 매우 황송해하며 맛있게 입가심을 한다. 외국 사람이 이걸 보고 질색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왜 놀란 걸까? 이렇게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를 할 수도 있을 게다.

어느 날, 이탈리안 친구 집에 가서 파스타 한 그릇을 맛있게 얻어먹었다. 그런데 요리를 했던 친구가 팬에 눌어붙은 소스를 박박 긁어내 ‘우리 이탈랴 사람들 이거 넘 좋아한다. 과자처럼 맛있으니 먹어보라’고 내온다. 그걸 좀 주워 먹고 있자니, 이번엔 그 팬에 물을 부어 끓인 뒤 내오며, ‘이것 좀 봐, 이번엔 토마토 수프가 되었잖아. 이 헹군 물 좀 마셔봐’라고 하는 격이랄까… ㅋㅋ 참고로, 난 눌은밥과 숭늉을 매우 좋아한다. 없어 못 먹은 지 몇 년 됐지만. 그저 나 좋다고 남에게 좋은 것은 아니리라 것을 말하려는 거다.


밥 하나를 통해서 봐도 세상은 이렇게 다르다. 내 문화를 알리는 것도 남의 문화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문화가 타 문화인들에게 어떻게 비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재미난 일도 조심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2010/3/25 씀)


사진을 찾다보니 2살 생일 때도 약식을 만들었다.

아들 3살 생일 때 케잌 대신 만든 약식. 주제는 '이판 사판 공사판'. 아들이 좋아하는 불도우저와 소방차가

공사판에서 흙덩이를 옮기는 파워풀하고 터프한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다. 아이디어를 백 프로 작품으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아들과 그의 친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근데, 맛에 대한 반응은 그저 그랬다.

이건 이튿날 플레이 그룹에서 간략하게 촛불 한번 더 끈 모습. 전날 먹다 남은 약식을 다시 뭉쳐 들고 갔다.ㅋ

무슨 맛있지는 모르겠지만 특이하다는 반응들..ㅎ


*대문사진은 뉴칼레도니아 섬주민들이 요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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