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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an 04. 2023

호주에서 바라본 '아이유 열애'

한국사회가 어린 여자를 소비하는 방법.

오늘은 연예인 얘기를 해보자. 새해 벽두부터 톱스타 아이유의 열애가 뉴스를 달군다. 그녀의 히트곡은 잘 모르지만 배우로서 그녀를 좋아한다. 10여 년 전 그녀의 어떤 스캔들이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 그 기사를 보고 썼던 칼럼이 생각나 나눠보고 싶다.



‘아이유’, 한국사회가 ‘어린 여자’에게 요구하는 무리한 덕목들                  


아이유를 잘 모르지만 대략 20살 즈음의 청순가련한 인기가수인 듯하다. 무수한 삼촌 팬을 거느리던 그녀가 잘못 올린 사진 한 장으로 곤욕 치른다는 뉴스를 보면서 짚고 싶은 부분이 생겼다. 인기 연예인인 그녀뿐이 아니고 그녀 나이 즈음의 어리거나 젊은 여자들이 한국사회로부터 유독 비상식적으로 요구받는 덕목이 있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다. ‘애교’와 ‘내숭’이 그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호주 사회에서는 별로 눈에 뜨지 않는, 한국 여자들만의 좀 ‘이상한??' 행동양식이라 할 수 있겠는데 유독 한국 사회에서만 여자의 매력으로 치부되는 애교와 내숭의 정의를 일단 ‘내 맘대로’ 내려보자.  


애교 : 타인이 자신을 귀엽게 보도록 나이에 맞지 않는 어린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내숭 : 자기 내부의 생각과 실체를 온전히 내어 보이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꾸미는 것이다. 


여자는 어수룩하고 잘 모르고 귀염성이 있어야 이성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정서들. 지금은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기도 하지만, 자고로 여자가 사회 돌아가는 것을 잘 알거나 남자에 대해 좀 알고 능수능란해서 애교가 없이 완숙하게 굴면 남자들이 도대체 무슨 매력을 느끼겠냐는 생각들을 일상적으로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미모를 따지기 전에 느낄 수 있는 귀염성이란 부분도 세월과 치명적인 연관이 있으니 남자들은 점점 더 나이 어린 여자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고 그것도 모자라 상대가 좀 더 그런 시간과 상황에 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하는 요구를 어이없게도 대놓고 하는 것이다. 


여자의 ‘귀여움’을 해석하는 방법은 동서양을 비롯해,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는데, 호주에서 귀여움이란 대략 유치원 아이들에게 까지만 쓰는 표현이다. 초등학교만 가도 ‘어린 숙녀’로 대접하며 그들에게 귀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 어린 10대 소녀들이 외적으로도 성숙하지만 내적으로도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고 성별에 대한 제한 없이 또래의 남자아이들과 동일한 모습으로 성장하고 동일하게 배우고 대접받는 것을 보고 참 다르구나 싶었다. 또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을 큰 모욕으로 여기며 한 인격체로 대접해줄 것을 ‘의식 있게’ 요구하는 ‘진짜’ 어린 여자 아이들을 보면서 그 당돌함에 혀를 찼다. 


그런데 그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있다가 한국을 가면 이젠 한국의 과년한 여자들이 제 나이에 맞는 대접을 전혀 받지 못하고 미성숙하고 아둔한 어린애 인척 하는 모습들이 안타까워 보이는 것이다. 왜 똑같이 교육을 받고 자랐는데도, 동년배의 남자들보다 더 몰라야 하고 더 귀여워야 하는가, 왜 연약해서 보호본능을 자극해야만 하고 말 한마디마다 혀 짧은 소리를 하며 애교 국물을 떨어뜨려야 하는가.. 같은 의아함. 


남성위주의 힘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자들은 제 나이만큼 제대로 성장할 수도 없어 행동도 어리게 지성도 떨어지게 외모는 동안으로 유지하려고 온갖 포장을 안팎으로 해야만 하는 현실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아이유 사건을 계기로 본 한국사회의 문제는 단순히 연예인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악플 문화의 폐해 따위가 아니다.  남성의 힘이 과도하게 여성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구조가 여자들의 정상적인 내적 외적 성장과 의식마저도 억제하는 특이한 현상이 이제는 좀 제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한국여자들도 남자와 동등하게 나이에 맞게 행동하고 사고하고 성장하는 정상적인 인격체들로 자리 잡기를.    (2012/11/20씀)


10년도 전에 썼던 글이다. 아이유도 나이를 먹어 사랑을 하나보다. 팬들도 환영하는 분위기인 듯하다. 한국사회가 성숙하게 변한 것 일수도 있겠도 아니면 이미 다른 어린 연예인을 마음속에 대체해 놓아서 일수도 있겠다. 전자이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어린 여자 연예인들을 희롱하고 애교를 부려보라며 웃음거리 삼는 일이 흔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유치원 아이들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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