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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pr 22. 2022

한국은 '글로벌 이슈'에 왜 둔감할까?

호주, 깡촌에 살아도 어려도 지구인의 문제엔 동참한다.

오늘 초등 2학년 아들은 교복 대신 파란 셔츠를 입고 등교했다. 며칠 전 학교에서 온 통신문에는 수요일이 세계 자폐인의 날 (World Autism Awareness Day)이고 이 날을 기념하는 색이 ‘블루’이니 파란 옷을 입고 오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아침부터 아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사복을 입는다는 것에 들떴고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왜 파란 옷을 입는 거지?” 

“오늘이 자폐인의 날이라 그 사람들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입는 거야.” 

“자폐가 뭔데?”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음.. 아프리카처럼?” 

“아니.. 공부하는 것도 어렵고 친구를 만나기도 어려운..” 

“토비처럼? 앨런처럼?”(아들은 학교에 있는 자폐아 이름을 열거한다.) 

“맞아..” 

“자이처럼?” (얼마 전 전학 온 중국 아이다.) 

“그 애는 아니야. 영어가 외국어라 낯설을 뿐..” 

“그렇구나…” 

아들은 등굣길의 짧은 대화를 통해 자폐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인식하는 듯했다. 아마 오늘 학교에서 더 많은 것들을 듣고 배우고 토론하리라. 


오늘은 유엔이 정한 자폐인의 날(4월 2일)이다. 이날을 기억하는 이들은 파란색 옷을 입는다. 파리 런던 뉴욕 도쿄등 세계 대도시의 주요 건물들은 파란색 불을 켜서(Light it up Blue) 이들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지지한다는 뜻을 전한다. 놀이공원이나 주요 시설 등이 자폐인들을 초대하는 행사를 하고 자폐와 관련된 각종 세미나가 열리기도 하는 세계적 캠페인의 날인 것이다. 


호주는 시골의 작은 마을이나 초등학교조차도 이런 글로벌 캠페인에 눈을 뜨고 있고 필요에 따라 교육을 하며 작은 행동이라도 같이 한다. 유방암 데이엔 분홍색 옷을 입고 기금 마련 행사를 하고, 전쟁기념의 날엔 붉은 꽃을 가슴에 달고 세계 평화를 위한 묵념과 행진을 한다. 유니세프의 날엔 빈민 아동을 생각하며 아프리카 문화를 배우고 그들의 일상을 경험해본다.    

아이들은 이런 참여를 통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진정한 세계인의 일원으로 동참하게 되고(Global), 동시에 가장 가까이에서 이런 문제로 고통받은 이들을 실제로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Local) 오늘날 세계 인구 10명 중 하나는 자폐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를 보면 이런 범 세계인이 함께 움직이는 글로벌 이슈에 좀 둔감한 것 같다. 세계인의 요구를 통합해서 지정한 날임에도 불구하고(유엔이 나섰으니), 사회 내에서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니 당연히 개개인은 아는 바가 없을 것이다. 늘 거창하게 세계화를 외치지만, 세계의 시민이 연합하는 일엔 참여하지 않고, 이런 이슈가 결국은 내 주변 아니 나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다. 한국 교육이 세계화에도 지역화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취업준비를 하며 시사를 늘 공부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거기서 거기인 상식만 달달거릴 뿐이다. 서울이 패션이고 트렌드의 도시고 뭐고 하지만, 세계적 이슈에 부합한 의상 하나 걸칠 줄 모르는 의식 부족한 패셔니스타만 넘칠 뿐이다. 가장 세계적이면서 가장 지역적인 이슈에 눈을 뜨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사회가 이런 캠페인에 능동적일 때, 그 도시는 그 국가는 진정 세계 안에서 주목받을 가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2014/4/2 씀)




근 10년 전에 쓴 글이 이제는 더 이상 쓸모없기를 바라지만 가끔 한국은 놀랍도록 더디게 변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국회 연설 반응이 너무도 썰렁해서 놀랐다. 돕느냐 마느냐 논의는 따로 하더라도 곤경에 처한 이웃의 절박한 호소는 일단 진지하게 듣는 것이 인류를 향한 상식이고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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