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활동 중단 뉴스를 보며..
호주에도 SBS란 채널이 있다. 어제는 Dateline이란 시사프로그램을 보는데, 마침 아시아를 흔드는 K-POP문화의 이면을 파헤친다기에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리포터는 호주 브리즈번 출신의 제임스 장이 멤버로 있는 Led Apple이란 아이돌 그룹을 취재했다. 난 이 그룹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약간, 일본에서 많이 인기를 끄는 그룹이란다. 어쨌거나 제임스 장은 호주에서 식당을 하는 부모 밑에서 외아들로 자랐는데, 영특하고 공부를 잘해 호주 대입시험에서 상위 1%의 성적을 거두며 치의학을 2년간 공부하기도 했단다. 어느 날 갑자기 가수가 되겠다고 한국으로 날아간 아들을 뒷바라지하려고 부모는 호주에서의 삶도 정리하고 한국으로 같이 귀국을 했다.
제임스가 소속된 아이돌 그룹은 나름 인기를 거두며 해외 콘서트도 하고, 멋지게 차려 입고 핫한 클럽에서 밤늦도록 파티를 하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는 카메라맨이 하루 종일 따라붙을 정도로 한류스타로서의 화려한 면모를 갖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면엔 전혀 스타답지 않은 삶도 있는데, 수천 명이 운집한 콘서트를 마친 뒤 그들은 호텔도 아닌 모텔도 아닌 어느 동네의 으슥한 연립주택으로 들어간다. 팬들의 접근을 막으려 방문도 창문도 다 닫고 블라인드까지 내려놓아 대낮에도 컴컴한 한 방에서 다섯 명의 멤버가 매트리스만 깔고 난민처럼 뒹굴며 잔다.
활동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수입이 전혀 없어 아직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기획사에서는 그동안 투자한 돈을 뽑는다는 명목으로 활동 수익을 모두 가로채는데, 그 돈은 결국 그들보다 어리고 매력적인 그래서 결국은 그들의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신생 그룹을 만드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팬들의 기대와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성형을 해야 하고 메이크업 상자를 끼고 살며 음악실보다 미용실을 더 드나들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수입은 없고 살림은 궁핍하니 팬들이 보내주는 영양제나 생필품이 요긴하기도 하다는 멤버들의 인터뷰도 곁들였다.
제임스는 음악이 좋아 가수가 되고 싶지만, 열심히 노래해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이 괴롭다. 너무도 헌신적이고 성공을 기대하는 전형적인 한국 부모를 향한 미안한 마음과 부담감이 또 힘들다. 그는 영국의 전설적 록그룹 레드 제플린처럼 되고 싶어 그룹 이름도 레드 애플도 지었다는데, 기계처럼 신생 그룹을 제조해내는 한국식 스타 시스템 안에서 그는 어쩌면 기획사의 밥벌이를 해주는 반짝 스타가 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설을 만들 가능성은 없지 않냐는 것이 취재내용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참으로 민망하고 씁쓸했다. 최근 몇 년 들어 한국이 해외에서 다양한 관심을 받는 것이 사실인데,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리허설 중에 막이 오르고 관중이 몰린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화려한 그 이면이 파헤칠수록 허술하고 추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오류를 방관하고 묵인하는 사회는 그 대가를 언젠가는 치르지 않을까. 시를 쓰는 자가 시를 쓰며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노래하는 자가 노래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을 때 문화는 발전하고 전설도 만들어지는 것이다.(2014/04/23)
BTS 활동 중단 소식을 듣고 근 10년 전 적었던 글을 떠올렸다. 재능 있는 젊은 청춘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세월이 흘러 판은 커졌지만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딱히 광팬도 아니지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