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기 Mar 06. 2023

호주, 초간단 '대장암' 검사는 어떻게?

채변의 추억과 의료 서비스의 미래를 그려보다.^^

얼마 전 호주 대장암 협회에서 보내온 우편물을 받았다. 호주는 50세 이상 전 국민에게 2년에 한 번씩 대장암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는데, 집에서 채변한 것을 동봉해 지정된 곳으로 보내면 몇 주 뒤 검사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안내문과 그에 필요한 도구들이 안에 들어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변기 안에 얇은 종이를 깔고 평소처럼 변을 본 뒤, 동봉된 작은 용기에 막대기로 찍은 변을 넣는다. 5일 이내에 간격을 두고 두 차례의 다른 변을 채취해 두 용기에 담은 뒤 날짜를 기록하고 서류 양식을 채워 준비된 우편 봉투에 담아 보내면 끝이다. 2주 뒤면 지정한 동네 GP(일반의 주치의)와 내게 결과가 통보된다. 문제가 생기면 담당 의사를 찾아가 이를 토대로 추가 검진을 한다.


몇 해 전 이 무료 키트를 처음 받았을 땐 모든 게 생소해서 안내문을 여러 번 읽으며 행여 실수라도 할까 조심했는데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자가 테스트로 익숙해져서 인지 한눈으로 쓱 읽고 바로 화장실로 갔다.^^ 콧물 채취든 대변 채취든 과정이 동일했다. 

협회는 대장암에 관한 온갖 정보를 포함한 안내책자도 보냈고 다양한 언어로 통번역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특별한 증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지 않은 이상 2년에 한 번씩 대변만 검사해도 충분하다니 참 편한 세상이다.


까마득한 옛날 초등학교 시절도 생각났다. 일 년에 한두 번씩 학교에서는 채변검사를 했다. 신문지를 펴고 변을 본 뒤 나무젓가락으로 은행알만큼 떼어내 비닐봉지에 담았다. 성냥불로 그 끝을 동봉하고 이름을 적은 종이봉투에 담아 다음날 학교에 들고 가면 교실 뒤 채변 쟁반엔 6-70개의 똥덩어리가 모여 있었다. 주번 아이는 냄새를 참아가며 양호실로 옮겼고 며칠 뒤 보건소에서 통보받은 아이들이 기생충 약을 받아먹는 걸로 이 프로젝트는 마무리가 됐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도 다양한 개인정보와 건강정보를 담고 있는 소중한 대변이다.^^

종합병원에서 패키지로 여러 암검사를 한 번에 하는 것은 편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불필요한 검사까지 해야 하는 수가 있다. 집에서 필요에 따라 자가로 하는 검사는 무료며 간단하고 효율적이다. 의료와 통신 기술이 발달한 미래엔 원격 검사와 치료가 활발해져 웬만한 일들은 집에서 알아서 하고 의사를 대면할 일도 줄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몇 주 뒤 감사하게도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주 바닷가, 새해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