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후진국의 진짜 차이는?
말라위 거리 풍경들은 너무도 낯설었다. 공항에서 숙소를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했던 생각들은 '저 거리를 걸으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겠지'였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생수와 유심칩을 사고 환전을 하러 근처의 쇼핑센터를 걸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고 팀원들은 똘똘 뭉쳐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조심조심 거리를 나섰다.
포장과 비포장, 여기저기 웅덩이와 거대한 싱크홀이 파여있고 차와 사람 동물들이 구분 없이 섞여 다녀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돌부리며 이상하게 턱이 지고 각이 져 걸려 넘어지기 딱 좋은 이상한 구조물들. 도대체 어떻게 걸어 다니고 운전을 하라는 건지...
숙소에서 만난 독일인 남자는 다음날 2미터 깊이의 웅덩이에 빠져 팔에 상처를 입었고 소염제를 빌리러 왔다. 우리 일행은 모두 그가 넘어진 지점을 기억하고 있었다. 누굴 죽이려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큰 구덩이가 조심하라는 안내판 하나 없이 거리 한복판에 있단 말인가.
내 맘대로 추측을 해보자면, 정부에서 수도관 따위를 건설하겠다고 땅을 팠는데 중간에 정권이 바뀌었거나 누군가 예산을 들고 튀어서 공사가 중단이 된 거다. 근데 공사가 언젠가 다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누구 하나 그 땅을 덮지 못한 채 그냥 벌려두고 몇 년을 사는 게 아닐까? 게다가 안내판이나 노끈으로 경계를 표시하기라도 할라치면 다음날 누군가가 그걸 들고 달아나니 설치할 생각도 안 하는 거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매일 그 언저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다닌다. 그런 구멍들이 여기저기 많이도 널려있다.
도로를 닦고 제대로 포장을 한다는 것은 큰 예산을 필요로 하겠지만, 당장 마을 사람들이 작정하고 돌부리 몇 개씩 치우고 웅덩이만 대략 메꾸어도 위험요소들이 많이 줄어들 텐데 왜 아무도 팔을 걷어 부치지 않는 걸까? 근데 이 자체도 멀쩡한 도로를 경험한 이들에게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일 뿐, 매일을 평생을 이런 길 위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길을 닦는다는 것은 교통이나 유통이 발전하여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는 거창한 차원의 해석을 떠나 그냥 길 위의 사람들에게 안전과 편의와 친절을 베푸는 세심하고 따뜻한 존중과 배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유모차나 장애인까지 불편 없이 다니도록 턱을 없애고 도로를 연결하고 여러 신호와 사인을 준비해놓고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라위 정부는 국민에게 친절하지는 않다. 말라위 대통령은 국가 예산의 절반인지 30%인지를 대통령실 운영을 위해 쓴다는 말도 들었다.
어느 날인가 팀원들과 숙소 정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총소리인지 폭약인지 터지는 소리가 근처에서 연이어 들렸다. 곧이어 매캐하고 날카로운 가스가 날아와 눈과 코를 찌르고 정원에 있던 우리 일행은 어리둥절해 있는데 나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다. 대학시절 줄기차게 맡던 최루가스가 아닌가!
'최루탄이 터진 듯하니 방에 들어가서 문 꼭 닫고 계세요. 너무 매우면 물로 씻고 걱정은 말아요. 좀 있으면 가라앉으니'
근 30년 만에 아프리카에서 최루탄을 다시 만날 줄이야.. 하긴 폭동이 일어날 만도 하지.. 일어나면 좋은 거 아닌가.. 홀로 방에서 별별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들은 폭동의 원인은 지역의 명망 있는 비즈니스맨이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되자 마을 사람들이 항의하는 정도의 해프닝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감상과는 별개로 우리는 무섭게 적응을 했다. 말라위 전국토를 동서남북 달리며 낙후한 교회들을 찾아다녔고 거리의 아이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말도 잘 섞게 됐다. 우리는 서로를 궁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