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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n 14. 2021

호주 초등학교에서 영어 가르치는 법 C.A.F.E

언어를 배우는 최선의 방법은?

한국사회에서 출세의 도구가 되어버린 영어. 그래서 잘 배워보자고 너나없이 돈을 퍼부어도 여전히 투자 대비 효과를 별로 얻지 못한 채, 늪에서 헤매고 있는 한국의 영어교육. 영어를 배우는 왕도가 있다 없다, 문법이 중요하다, 회화가 중요하다, 온 국민이 배워야 한다, 아니 왜? 등등 전문가들의 의견과 주장도 각양각색인데, 오늘은 호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살펴보며 한국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 분석을 해볼까 한다. 그들이 배우는 방법을 옆에서 지켜보며 한국의 영어교육도 달라질 부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Daily 5 프로그램. 


호주 초등학교에서 매일 아침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아래의 5가지 활동들을 거의 2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혹은 팀별로 반복한다. 한국처럼 국어시간, 작문시간 등등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교과서도 없다.  아침 두 시간은 무조건 Literacy (총체적 문과 수업)이다.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5가지 활동이란 다음과 같다. 


1.     Read to Self – 조용히 속으로 혼자 읽기. 아이들은 10-20여 분간 자기 수준에 맞는 짧은 동화책 한 두 권을 읽는다. 주로 카펫이 깔린 교실 바닥에 주저앉거나 베개를 깔고 눕거나 편한 자세로 읽는데 호주 저학년 교실, 학교 도서관엔 쿠션이 늘 넉넉히 있다. 

2.     Read to someone – 두 명씩 짝을 지어 무릎을 맞대고 앉은 뒤, 상대에게 책을 읽어주기. (자기가 읽었던 책이거나 새로 고른 책이거나) 

3.     Listen to Reading –상대가 읽어주는 이야기 듣기, 혹은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이야기 듣기, cd에 담긴 오디오북도 좋다. (한국 사람들이 매우 부족한 부분. 꼭 영어공부가 아니더라도 청취력이란 매우 중요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에 지루해도 끼어들지 않고 참고 듣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며 듣기 등등을 강조한다. 열심히 듣고도 딴 내용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많다. 주변을 보면 말 잘하는 사람은 많아도 잘 듣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다. 어릴 때부터 훈련해야 한다.)   

4.     Word Work –철자 공부. 어휘력 넓히기. 단어 공부를 할 만한 문제지를 푼다. 

5.     Work on Writing-작문. 노트나 아이패드 등을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당시 아이패드가 세상에 처음 출시되자마자, 초등교실에서 바로 교육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 놀랐었다.)


호주 초등학교는 교과서가 없는 대신 교실마다 수 백 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 도서관에 가서 자기가 원하는 책을 빌려오기도 한다. 마을마다 있는 도서관에도 엄청난 분량의 아동도서나 오디오북 등이 있어 원하는 만큼 대여해 올 수 있다. 아이들은 일 년에 수백 권의 책을 읽는다. 비록 몇 문장으로 된 소책자 일지라도.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골라 영어를 깨우친다. 어떤 아이들은 동물 책만 집중적으로 읽어 동물 박사가 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외골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각자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은 것을 서로 상대에게 읽어주고 들음으로써 관심 밖의 분야도 접하고 정보도 교류하고 다양한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5가지 활동을 반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CAFE라는 압축된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Comprehension(이해력)-읽고 듣기를 잘해 내용을 전체적으로 이해한다. 

Accuracy(정확함)-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문법적으로 잘 맞고 문맥 등의 논리성, 연계성에 무리가 없도록 한다. 

Fluency(유창함)-말을 하는데 막힘이 없고 발음이나 목소리 등이 듣기에 수월해야 한다. 개인적 소견으로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눈과 귀를 이용해 공부하되, 혀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요한 성량과 적절한 감정을 담은 목소리로 매일 소리를 내어 읽고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말이나 연설이 호흡하는 생명체처럼 나의 분신이 되어 살아난다. 호주에서는 어릴 때부터 무수한 발표의 기회를 가진다. Show And share 시간이 오면 아이들은 새로 얻은 장난감을 들고 와 자랑을 하기도 하고, 애완동물이나 만든 것들을 들고 와 짧은 이야기라도 반 아이들 앞에서 자주 발표한다. 

Expanding Vocabulary(어휘력 증강)-하나의 의미를 표현하더라도 여러 어휘를 교대로 쓰면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토익 공부할 때 하는 것처럼 약간의 암기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하며 쓸데없이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부분이라 덜 강조하고 싶다. 힘들게 공부해놓고 제대로 써먹지도 못한다.) 


이런 방법들은 호주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 쓰는 방법이지만, 대학에서 논문을 쓰거나 사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기초들이다. 영어를 가르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 방법을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2014/2/17씀)

멜번 주립 도서관 어린이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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