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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11. 2021

호주 '초등학교'에서 배운 '교육' 아이디어 3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지 며칠이 지났다. (엄밀히는 프랩이라 하여 초등학교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내년에 1학년이 된다.) 이곳에서 본, 한국 학교에서도 큰 결단 없이 한 번쯤 실행해보면 좋을 듯한 간단한 아이디어를 몇 가지 제안해 볼까 한다.     

첫날이지만 오리엔테이션은 지난해에 다하고 입학식도 없이 교실로 직행했다.

학부모들이 교실에서 자유롭게 기념 촬영도 하고 어떤 엄마들은 눈이 벌게지도록 울었다. 학교에선 미리 교실에 티슈를 준비해놨다. 아이가 빨리 커서 대견하다고, 가끔씩 감정을 자제 못하고 소리친 게 미안하다고, 이렇게 내 품을 떠난다니 아쉽다고, 눈물을 줄줄 흘린다. 서양 엄마들 정 없다고 하지만 자식 사랑 끔찍하다. 문화적으로 표현방식에 차이가 좀 있을 뿐이다.     


1. 아이들과 가깝게 앉기.   

교실은 대체로 어수선한데, 책상은 한쪽으로 몰려있고 한쪽은 카펫이 깔린 빈 바닥으로 있다.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책상이 아닌 바닥에 앉아 선생님의 가르침을 가까이에서 듣는다. 이동용 작은 칠판이 선생님 옆에 낮게 있다. 선생님이 훤히 내려다보니 장난을 칠 수도 없고 책상이 없으니 밑에서 딴 짓을 할 수도 없다. 이 나이의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15분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15분간 선생님의 가르침을 듣고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쓴다(15분). 다시 교실 한쪽에 있는 책꽂이 주변으로 모여 책을 골라 읽는다.(15분) 수업시간에 교실 안에서 자리를 옮겨 다니니 덜 졸게 되고 활동적이어서 좋을 듯하다. 집중력을 잃고 산만해질 때쯤 분위기가 전환이 되며 새로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다. 


2. 아침 간식 시간이 있다.  

 9시에 시작해서 수업을 한 시간 하고 나면 5분간 간식을 먹는다. 일명 Brain Food Time 혹은 Healthy Snack time. 

두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간식을 먹는데 하던 공부를 계속하면서 간단하게 한두 입 먹는 정도다. 이곳 아이들은 대체로 아침을 잘 챙겨 먹고 오지만 이 즈음에 치즈나 비스킷, 과일 등을 가볍게 한번 더 먹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침 스낵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며 케잌이나 초콜릿 등을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학교에서 이런 음식들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아예 금지시켰다. 심지어는 과일주스도 당분이 많다는 이유로 권장하지 않고 물을 싸오라고 한다. 도시락 가방에 사과나 바나나 하나 더 넣는 정도니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어렵지도 않다. (요즘 한국에서는 급식을 먹으니 간식도 학교에서 준비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성장기 아이들은 쉽게 배고프고 한국은 특히 바빠 아침 식사를 거르기 쉬우니 이런 시간을 마련하면 좋을 듯하다. 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 두 시간만 지나면 배가 고파 도시락을 까먹던 생각도 난다. 왜 그때 단속을 하고 밥 먹은 아이들을 혼내기만 했을까. 시간을 십 분만 더 주고 학교 차원에서 먹는 것을 허용했더라면 아이들이 더 힘이 나서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포만감에 아침부터 졸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전문가의 조사 결과로도 이 시간에 먹는 간식이 두뇌운동에 작용을 한다니 한국 학교들도 시도해 보면 좋을 듯하다. 어릴 때부터 아침 간식을 먹는 문화는 성인이 돼서도 이어진다. 대부분의 호주 회사는 10시 전후로 모닝티 시간이 있어서 커피에 비스킷 한 조각 정도를 먹는다.


3. 구슬 모으기 

선행을 장려하는 게임 혹은 캠페인이라 할 수 있겠다. 구슬 치기 할 때 쓰는 유리구슬을 한 상자 교실에 놓아둔다. 옆에 투명한 빈 병을 놓는다. 반 친구들이 착한 일을 하는 걸 보면 그 친구를 생각하며 구슬을 하나씩 집어넣고 누군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보면 유리병의 구슬을 빼서 다시 상자에 넣는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구슬을 많이 모으고 싶어 서로 선행을 권장하고 스스로도 나쁜 짓 안 하고 착하게 군다. 협동심이 생긴다. 선과 악의 개념이 분명해진다. 학원 폭력도 예방된다.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 때 방관자(Bystander-학폭이나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 방관자가 되지 말라는 교육도 이곳에서는 체계적으로 한다.)가 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 개입하는 습관을 키워준다. (2012/02/08 씀)

유니폼은 저렴하고 실용적이다. 색깔만 맞추면 되고 교내 중고 유니폼 가게에서 사는 경우도 흔하고 슈퍼에서 만원 이하에 살 수도 있다. 이건 학교 로고가 들어가서 조금 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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