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청소년 성교육이 강조하는 것.
한국의 성형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호주 신문에도 이와 관련된 여러 기사가 수시로 뜬다. 이들은 왜 이렇게 한국 성형 실태에 대해 놀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인가? 한국인이 단지 개성 없이 똑같은 모습으로 성형을 하고 있어서? 혹은 서양인의 외모를 흠모해서 흉내를 내기 때문에? 아니다.
오늘은 세계에서 (특히 호주에서) 한국의 성형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큰 이유,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스스로 파악조차 못하는 한 가지 문제, 즉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인간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관심 혹은 불만을 갖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이다. 특히 외모에 변화가 많고 예민한 사춘기 십 대 여성은 외모로 인해 여러 가지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호주의 경우를 예로 보자. 10대 소녀들이 외모로 인해 일으키는 문제는 지대한데, 한국과 비교해 보자면 이들은 얼굴의 눈코입 생김보다는 몸매나 신체에 대한 고민(Body Image)을 많이 한다. ‘나는 왜 바비인형처럼 쭉 빠지지 못했나? 이 살들을 어쩌면 좋나?’ 같은. 이들은 잡지 속의 모델들이나 연예인을 보며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살이 찐다는 공포감에 음식을 하나둘씩 거부하게 되고, 섭취 장애 즉 거식증을 앓게 되는데, 이쯤 되면 이젠 배가 고파 음식을 먹고 싶어도 몸에서 받질 않아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목숨 혹은 건강을 잃는 청소년이 한 해에도 수십 수 백 명에 이르니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서구 사회는 일찌감치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했다. 인간 특히 여자의 일생이 행복하려면 자신의 외모에 대한 적당한 만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외모의 객관적 평가보다는 스스로 내리는 평가가 중요하며, 그 주관적 평가는 개인의 심리적 정서적 환경적 배경에 기인한다고 분석해 냈다. 즉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 있는 이들은 자존감이 (self-esteem) 매우 낮은데, 그 원인은 어릴 때 부모나 주변인으로부터 외모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는 직접적인 이유에서부터 그냥 외모와는 상관없는 복잡다단한 심리적 환경적 여러 배경들이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호주 학교에서는 성교육 시간에 자신의 외모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총체적 삶의 행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큰 비중을 두어 가르친다. ‘섹스의 이해’와 ‘바디 이미지’는 호주 청소년 성교육에 있어서 가장 큰 두 개의 화두라 할 수 있겠다. 외모로 고민이 된다면 정신과에 가서 상담과 치료를 받으라고 가르친다. 실제로, 내 주변의 어떤 소녀도 엄마 손을 잡고 정신병원을 다니며 외모로 거식증으로 인한 상담을 몇 년에 걸쳐 받았고 눈물겹게 완치했다. (죽었다 살아 돌아왔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이런 사고를 하는 이들이니, 한국인들의 성형문화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외모를 고민하는 딸을 보면, 손을 덥석 잡고 성형외과로 달려가 견적을 뽑아보는 것, 둘이 하면 할인해 준다는 말에 말려야 할 엄마까지 수술대에 같이 눕는다든지 졸업 선물로 수술을 해준다든지 하는 것은 이들의 상식에서 너무 벗어나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자녀에게 외꺼플을 유전해 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낮은 자존감을 물려주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성형을 권하는 사회란 매우 심각하고 위험하다. 내면의 깊은 상처를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보다는 표면에 일회용 반창고만 갈아 붙이는 셈인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성형 실태가 우려되는 것은 어린 나이의 소녀들이 수술대에 오른다는 것일 게다. 자신의 외모로 상품가치를 올려보겠다는 사고를 하는 이들은 평생에 거쳐 수술을 밥 먹듯 해야 할 것이 뻔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들 기준에서의 외모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고 보수할 곳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까.
한국사회는 성형을 권하는 문화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남이 세계 성형수술의 메카가 되었다며 빼어난 의료기술을 자랑하려 든다. 하지만 그 이면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필수라는 자존감을 유지하는 법에 대한 학교 교육이 부재하고, 자존감에 문제가 있는 이들을 치료할만한 제대로 된 정신의료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심각한 문제는 의식을 못하는 듯하다. (2013/05/07 씀)
*마을에 심하게 화상을 입은 소년이 있었다. 그런데 운동과 스피치에 능하고 유머도 뛰어나 늘 학교 대표로 나선다. 괜찮은 척하는 건가 보면 그게 아니고 정말 괜찮다. 친구들에 둘러싸여 매우 행복한 10대를 보내고 있다. 사고로 상처를 입었을 때,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치료받았다는 것. 주변인들과 사회 전체가 외면 이외의 것을 바라보는 훈련과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는 것. 그것이 이 소년의 행복이 유지되는 비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