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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29. 2021

호주 시골, '빗물' 받아먹고 사는 이야기

요즘 '물 먹는 일'이 즐거운 이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받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집 뒷마당에 커다란 물통을 들였다. 1만 5천 리터의 초대형 물통. 초대형 트럭이 배달을 왔고, 장정 넷이서 간신히 굴려 옮겨 자리를 잡았다.   

비는 하늘에서 내리다가

우리 집 지붕을 미끄러질 것이며 

처마 끝에 고였다가

파이프를 타고 이 물통으로

흐를 것이다.   

비를 받아 쓰는 사람들이 호주에는 꽤 많다. 도시에도 많고 시골에는 더 많다. 물이 귀한 나라인지라 정부에서도 이를 장려한다. 고가의 물통을 사서 설치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는데 정부에서 일부 비용을 보조해 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모든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수도세를 덜 낸다. 비가 많이 오면 수돗물을 아예 안 쓸 수도 있는 거다.    


어떤 집은 수돗물을 식수로 쓰고 빗물을 정원 가꾸는 등에 쓴다. 그런데 어떤 집은 빗물을 식수로 쓰고 수돗물은 목욕이나 설거지 할 때 쓴다. 도대체, 어느 물이 더 깨끗하고 안전한 것일까? 우리는 시음을 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탱크로 받은 빗물엔 자잘한 흙가루 등의 이물질이 떠다닌다. 그래서 노란 플라스틱 통에 하루쯤 받아 놔 이물질을 가라 앉힌 뒤 평소 쓰던 필터에 한번 걸러 마셔봤다.   

우리는 비를 마시기로 했다.^^

깔끔하고 청정한 맛.... 

수돗물을 다시 마시기가 힘들 정도였다.   

비를 받아 밥을 짓고

비를 끓여 커피도 우려 마신다.   

밥맛도 다르고

커피맛도 다르다. 

역시.... 물이 좋아야 하는구나!!!   


비를 받아 담는 낭만과

자연을 바로 마시는 간단함.. 

요즘 '물먹는 일'이 점점 즐거워진다.ㅎ 

(2009/12/1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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