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계일주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독서 04.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다

by 책계일주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혜남 지음


★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해 온 김혜남이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지금껏 살면서 한 가지 후회하는 게 있다면 스스로를 너무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았다는 것이다.
의사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살면서 나는 늘 의무와 책임감에 치여 어떻게든 그 모든 역할을 잘해 내려 애썼다. 그러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놓쳐버렸다. 그러다 22년 전 마흔세 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없으면 집안도 병원도 제대로 안 굴러갈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세상은 나 없이도 너무나 멀쩡히 잘 굴러갔다. 2014년 병원 문을 닫은 이후에는 그렇게나 많은 지인들도 다 어디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그제야 나는 내 곁을 지켜 주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내가 놓쳐서는 안 될 인생의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당신은 부디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찾아올 때가 있다. 23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려 있다. 27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28


나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삶에는 늘 빈 구석이 많았고, 그 빈 구석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나는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준비가 좀 덜 되어 있으면 어떤가. 가면서 채우면 되고 그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인 것을. 32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나를 가로막은 것은 바로 나였다. 124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느라 나에게 다가오는 소중한 것들에 감사할 줄 몰랐다. 125


행복은 오히려 덜어냄으로써 찾아온다 126


나는 남편을 모르고, 남편은 나를 모른다는 사실 189


<문정희 시인의 '남편'이라는 시>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201


버틴다는 것은 그저 말없이 순종만 하는 수동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버틴다는 것은 내적으로는 들끓어 오르는 분노나 모멸감, 부당함 등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기대 행동에 나를 맞추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힘든 과정이다. 205


스스로를 너무 닦달하지 말고, 매사에 너무 심각하지 말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삶이 힘들고 어렵고 좀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어느 때나 즐길 거리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즐길 거리가 다양한 사람일수록 불가피한 불운과 불행 또한 잘 버틸 수 있다.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늘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그것을 고치고 싶어 하는 당신은 지극히 건강하다. 잘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며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당신은 어떻게든 성장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책을 읽고 나서



저자 김혜남 선생님은 의사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살면서 주어진 역할을 숙제처럼 잘 해내면서 살다가 마흔세 살의 나이에 파킨슨이라는 병에 맞닥뜨린다. 열심히 성실하게 산 죄밖에 없는데 그로 인한 좌절감이나 억울함을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




책의 목차만 읽었는데도 위로가 된다. 내 아픔과 고민이 어디서 왔는지 알려주시기 때문이다. 이건 이렇게도 해도 된다. 그건 누구나 그렇고 당연하다. 지금도 충분하다. 스스로를 너무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말아라. 나 자신, 남편, 아이, 변화하는 삶, 불가피한 불운과 불행들에 대한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과 격려가 담겨있다.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말라.'라는 글은 내가 그렇게 살고 있기에 뜨끔했다. 난 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가끔씩 주기적으로 마음이 불안하거나 초조하다. 어떤 일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실행하고, 무언가를 똑 부러지게 하고 싶지만 막상 그렇게 못하는 나를 스스로 검열하고 채찍질하면서 혼자 고민을 만든다.




어릴 때는 장녀로 자라면서 집에 보탬이 되고 싶었고, 어른이 되면서는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혼 후에는 내 이름이 아닌 며느리, 아내, 엄마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이 버겁고 힘에 부쳤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누가 내게 잘하라고 나를 들들 볶은 것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맡은 임무를 해내기 위해 동동거리면서 살았다. 누구를 위함이었을까. 단지 인정받기 위함이었을까. 스스로 내려놓아본다. 나를 위해서.




내가 가진 그릇은 작은데 여기저기서 듣고 보고 배운 것들을 막 들이부었다. 그러자 흘러넘쳐서 줄줄 새어나갔다. 그걸 아까워서 잡으려고 애쓰니 오히려 그릇 안에 있는 것도 제대로 활용을 못했다.




혼자 하는 다짐을 써본다. 이번 생은 망했다가 아니라 이번 생도 잘 살고 있어. 오늘을 희생해서 내일을 잘 살려는 마음도 중요하지. 하지만 딱 오늘만큼 분의 맛있고 좋은 감정을 곱씹어 기쁨을 삼켜버리자.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그러나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결코 완벽한 때가 오는 건 아니야. 처음부터 멀리 가려고 하지 말고 하루에 딱 한 발짝만 내디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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