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03. 행불행을 재단하는 습관
나는 사고를 당한 사람인가. 아니면 사고를 만났지만 헤어진 사람인가. 사고와 헤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고 과정은 더뎌 쓰며 몸이 아픈 만큼이나 마음도 많이 아팠지만 조금씩 조금씩 흘려보내듯 헤어졌다. 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피해자로 살지 않았고, 그때 그 자리에 마음을 두고 머무르지 않고 매일 오늘을 살았다. 21
그런 분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하는 건 비교로 얻는 행복은 너무 쉽게 휘발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과 비교해서 얻은 감사와 행복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비교 행복은 일시적인 진통제처럼 잠깐 위안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의 삶을 이끌어갈 힘이 될 수는 없다. 39
완주에 성공한 두 번째 이유는 애시당초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하겠다고 덤비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라톤 시작 전 인터뷰할 때는 "걸어서라도 완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그러면서도 주머니에 든 지하철 교통카드를 계속 확인했던 건, 생존을 위해서만 움직여왔던 내 다리에는 그만한 능력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서였다. 그래서 정말로 10킬로미터만 걸어가고 지하철을 타려고 했다. 184
처음부터 너무 멀고 먼 미래, 사람들이 무모하다고 말하는 목표를 처음부터 세우면 앞으로 가야 할 거리에 압도되어 시작부터 지친다. 185
내가 그만두지만 않으면 레이스는 계속됐다. 가야 할 길은 42킬로미터인데 내딛는 걸음은 50센티미터 남짓. 한 걸음은 참 보잘것없고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한발 내딛고 그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일. 이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끝까지 갈 수 있었다. 187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달리는 중이다. 어느 만큼 왔는지, 또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어쩌면 더 어려운 마라톤이다. 때로 죽을 것 같은 고비를 만나기도 한다. 한 번 고비를 지나왔다고 해서 이런 고비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그런 마라톤이 인생이다.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