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의 나

일기 02. 육아는 롤러코스터

by 책계일주


밤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날이 밝아오면 어떤 마음과 생각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다. 그 시간의 감성과 생각이 때론 나의 마음과 삶을 정리해 주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큰아이 봄이가 중학교 수행평가로 자서전을 쓰고 있는데 내용이 무지 궁금하지만, 공개하지 않기에 엄마라 하더라도 아이의 글을 함부로 볼 수는 없다. 아이에게 엄마가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존재로 기록되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어쩌면 엄마가 냉정하고 동생들만 이뻐하는 엄마로 그려졌을지도 모르겠다.



스물여덟에 처음 엄마가 된 나는 어땠을까? 그 시간에 나. 모든 것이 서투르고 모든 것이 처음이라 잘 모르고 힘들었던 나. 나 역시 버겁고 지쳐있었다. 행복과 기쁨과 설렘에 뒤범벅되어 보내기도 모자란 그 시간에 이면에는 혼자 울고 아프고 버겁고 때로는 쓰러져 있었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채.



유일하게 나를 아침에 불러일으켜 준 소리는 응애 하며 칭얼대던 아기였다. 옹알이를 하며 침범벅이 된 손으로 엄마의 얼굴을 만지던 우리 봄이였다. 그랬었다. 그 시절은 바로 엄마도 처음이고 아기도 처음인 우리 둘의 첫 만남 첫해였다. 나에게는 첫사랑이었다. 우리 둘은 전쟁터의 전우 같은 끈끈한 울컥하는 전우애 그 이상의 사랑을 하고 있었다.



봄이가 갑자기 돌 직전부터 걸음마를 아무렇지 않게 걷기 시작하였다. 난 너무 기뻐서 동영상을 카메라로 찍어서 싸이월드에 올리고 동네방네 자랑을 하였다. 누구나 걷고 또 누구나 걸을 테지만 그때는 나의 전부인 봄이가 걷는다는 건 꼭 기적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난 환호를 지르면서 함께 기뻐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도 우리 둘이. 추울 때나 더울 때도 우리 둘이. 오롯이 우리 둘 뿐이었던 시간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쉬운 건 그때그때 아이들이 무얼 했고 어떻게 지냈는지 글로 써놓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가까운 미래에서 과거를 그리워할 줄 몰랐었다.



봄이를 낳고 그 이후에 차례로 동생 세 명을 더 낳으면서 하루하루가 아니 일분일초가 바빴다.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의 속도로 난 롤러코스터를 탑승하고 있었다.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 두리번거리다가 겨우 안전벨트를 하고 숨 고르기도 못 한 채 그렇게 나는 돌아가고 있었다.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서 난 다리에 힘이 풀리고, 소리를 하도 질러서 목도 아프고, 손잡이를 얼마나 꽉 잡았는지 온몸이 후들후들 떨려왔다. 기운이 없어졌다. 십삼 년이 지나있었다. 몸에 기운이 다 소진된 채로.



2018년. 꿈꾸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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