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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기자 Nov 27. 2024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어디까지 가봤니

<2024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 오픈 첫날 후기


마음이 급했다. 아이들 유치원 보내자마자 프랑크푸르트 시내로 운전대를 잡았다. 이날은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 오픈날! 유럽 곳곳에서 11월 말(빠르면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늦으면 1월 초)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엔 설렘으로 가득 찬다.


기대감이 커진 만큼 인파도 어마어마.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엔 매년 200만 명이 몰린다. 독일살이 3년 차가 겪은 지난 두 차례의 마켓엔 수만 명이 한 번에 몰리는 바람에 이리저리 떠밀리기 일쑤였다. 마켓은 블링블링 예뻤지만 아이들 끼고 주말 밤에 사람 바글바글한 곳에서 뭐 하나 싶었다. 즐길 수 없었다.


올해는 작정하고 크리스마스 마켓 열리는 첫날(11월 25일) 오픈런했다. 오전 시간 뢰머광장은 예상대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불빛으로 화려한 밤을 수놓는 시간이 아니었지만 대낮의 마켓도 충분히 반짝였다.



아이들 없이 자유를 얻은 엄마들이니 뭐든 흡족해했다.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평일 오전 시간 느긋하게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니. 아이 돌보는 엄마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보기로 했다.


날씨까지 우리 편이었다. 칼바람 불고 추워서 꽁꽁 싸매기 바빴던 예년의 마켓과 공기 온도부터 달랐다. 모처럼 맑은 하늘을 보고 따듯한 햇살을 내리쬐니 굳어졌던 마음이 말랑해졌다. 육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순간!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365일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한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Rothenburg ob der Tauber)의 크리스마스 상점인 '케테 볼파르트(käthe wohlfahrt)'도 즐길거리 중 하나다. 마켓 기간에만 뢰머광장 중심에 들어서니 놓치지 말라. 단 개미지옥이 따로 없으니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가길. 상점에 발 한번 들이면 빈 손으로 나오기 어렵다. 나 역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에 넋이 나갔다. 즐겁게 사진을 찍다 보니 잊고 살았던 동심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9살 이맘때쯤 봤던 호두까기인형 발레 공연이 문득 떠올랐다. 그날의 기억이 꽤나 강렬했나 보다. 그런데 나 자신만 돌보겠다던 엄마들은 다 어디 갔나. 본인 위한 선물은 고사하고 아이들 주려고 오너먼트 하나씩 사들고 나왔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먹거리가 빠질 수 없지. 든든하게 속부터 채우기로 했다. 독일 하면 육즙 팡팡 터지는 소시지! 브랏부어스트(Bratwurst)를 빼놓을 수없다. 독일식 겉바속촉 감자전 '카르토펠푸퍼(Kartoffelpuffer)'도 한 접시 시켰다. 맛보고 역시 감자의 나라답다며 탄성을 질렀다. 참고로 독일 마트에서 감자를 사면 대충 볶아도 꿀맛이다.


곁들이는 음료로 따뜻하게 데운 와인인 글뤼바인(Glühwein)이 간절했으나 아이들 라이드가 일상인 엄마들은 알코올 없는 '킨더푼시(kinderpunsch)'로 골랐다. 대체품도 훌륭했다. 킨더푼시는 보통 아이용으로 만들어진 따뜻하고 달콤한 티다. 알코올이 없는데도 흥겨운 마켓 분위기에 괜히 취한 것만 같았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 공식 컵의 콘셉트는 '건축의 도시'다. 마침 프랑크푸르트 공공 주택 프로그램인 '뉴 프랑크푸르트(New Frankfurt)'가 내년(2025년) 100주년을 맞이한다. 컵엔 프랑크푸르트를 대표하는 건물인 유럽중앙은행(EZB)이 그려져 있다.


첫날 마켓 열자마자 다녀온 기자 엄마가 바라본 2024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 포인트!



뢰머광장에 세워진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뢰머광장으로 가자. 해마다 광장엔 크리스마스 마켓 상징인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다. 2만 5천 개의 조명과 빨강, 금색, 은색 600여 개의 리본으로 포인트 준 크리스마스트리. 높이 26m, 무게는 3.3톤, 무려 70년 된 가문비나무다.


올해 트리 이름은 '플로리안(Florian)'. 소방대의 수호성인인 성 플로리안(St Florian) 이름을 땄다. 올해 창립 150주년을 맞이해 트리 후원을 맡은 프랑크푸르트 의용소방대원들이 직접 트리 이름을 선정했다. 이들 덕분에 오랫동안 프랑크푸르트 구시가지에 트리가 세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마켓 특별 우표

트리 앞 인포메이션 오두막에서는 팸플릿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판트용이 아닌 새 컵은 4유로(약 5800원)에 판매 중이다. 올해는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특별 우표가 찍힌 엽서나 카드를 전 세계로 보낼 수 있다. 우표와 주소가 적힌 카드를 접수하면 Deutsche Post가 무료로 배송해 준다.



프랑크푸르트 3인방 찾아라!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릴 때마다 저마다 화려하게 뽐내는 임시 노점들이 눈에 띈다. 그중 뢰머광장 주차장을 빠져나오면 바로 보이는 한 노점 지붕 위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프랑크푸르트를 대표하는 3인방이 떡 하니 서있어서다.


먼저 독일이 자랑하는 세계적 대문호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m Wolfgang von Goethe)’가 한 손엔 책을 들고 서있다. 괴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서 유년 시절까지 이곳에서 지냈다. 괴테의 고향인 프랑크푸르트는 괴테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생가인 '괴테 하우스'는 관광 명소로 보존되어 있고, 괴테 대학과 괴테 거리도 존재한다.


괴테 옆에는 프랑크푸르트 대제국을 세운 카롤루스 대제(Karl der Gross)가 위엄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인 카롤루스 대제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다.


황제 옆에 프랑크푸르트 명물 사과와인인 아펠바인(Apfelwein)을 들고 서있는 여성도 심상치 않다. 파란 원피스를 입고 노란 두건을 머리에 두른 그녀 이름은 '프라우 라우셔(Frau Rauscher)'. 프랑크푸르트 민속 문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프랑크푸르트-작센하우젠 지역에서 살던 여성으로 애플와인을 즐기던 친숙한 인물이다. 그녀의 이름을 딴 선술집도 작센하우젠에 있다. 프라우 라우셔는 전설적 인물 이상으로, 프랑크푸르트의 자부심과 애플와인 문화를 대표한다.



셀카존·핑크 크리스마스

16m 높이의 피라미드에서 따듯한 와인을 즐길 수 있고, 구텐베르크 기념비 앞 마차에서 마련된 셀카존도 올해 마켓의 새로운 포인트다. 또한 프리드리히 스톨츠 광장(Friedrich Stoltze Square)은 오직 핑크 컬러로만 꾸며져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광장 전체가 핑크핑크. 소박한 나무 오두막에 글뤼바인과 홈 메이드 수프 등을 판매한다. '핑크 크리스마스' 존은 성소수자 LGBTQ+ 커뮤니티가 만나는 곳이라고 하니 참고할 것.



공인 가이드와 함께 신 구시가지 투어를

뢰머광장과 대성당 사이에 위치한 New old town도 가보자. 공인 투어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신 구시가지의 구불구불한 골목과 광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투어엔 입 심심할 틈 없게 구운 아몬드 한 봉지가 제공된다. 독일어 투어는 11월 26일부터 12월 22일까지 매일 오후 5시, 영어 투어는 11월 30일, 12월 7, 14, 21일 오후 4시에 진행된다.


*참고 웹사이트

https://www.visitfrankfurt.travel/buchen/stadtfuehrungen/oeffentliche-stadtfuehrungen#/experience/NDS00020140290323211



*2024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마켓*

기간: 11월 25일~12월 22일

운영 시간: 월~토 : 오전 10시~밤 9시 / 일요일: 오전 11시~밤 9시

위치: Roßmarkt에서 마이 짜일(MyZeil)을 거쳐 뢰머광장, 마인 강변까지 뻗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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