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키는 178cm, 몸무게는 90kg이 넘고 혈압은 140mmHg 정도가 됩니다.
몸이 무겁기도 해서, 운동은 골프 말고는 하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음주는 곧 습관이 되었습니다. 밥맛도 없습니다. 오늘도 역시 퇴근할 때 동네슈퍼에 들러 막걸리, 소주, 콜라, 안주로 쓸 몇 가지 과자들을 집어 듭니다. 매일 술을 사는 것도 귀찮다고 생각이 들어 각각 두 병씩 챙깁니다. 맥주는 먹고 나면 다음날 심하게 설사를 하여 막걸리로 최근 바꿨습니다. 막걸리만 먹자니 너무 배가 불러서 소주를 또 타 먹습니다. 맥주에 소주를 타 먹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만, 막걸리가 속이 더 편한 것 같습니다.
밥맛이 없는 탓에 식사 겸 안주가 될만한 것들을 따로 사기도 합니다.
집 앞에 몇 군데 후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순댓국입니다. 최근 생긴 순댓국집은 맛이 그런대로 깔끔하고 내용물이 푸짐해서 술안주와 식사로 아주 좋습니다. 순댓국이 질리면 내장탕으로 시킵니다. 2천 원 더 비싸지만 씹는 맛이 아주 좋아서 가끔 먹습니다.
두 번째는 볶음밥입니다. 유명 호텔에서 근무했던 경력의 셰프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맛깔나게 해서 자주 찾는 집입니다. 나는 이 중에 볶음밥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주방을 살펴보지는 못했으나 얇은 뒤집개가 청명하게 부딪히는 소리로 들었을 때, 두꺼운 철판을 달구어 진짜 철판볶음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수분이 잘 날아가 꼬들꼬들한 밥에 양념이 잘 배어있습니다. 오징어, 햄, 김치, 돼지고기, 치즈 등 다양한 토핑이 어울려 아주 좋은 술안주가 됩니다. 양도 푸짐하여 막걸리와 소주를 한 병씩 비워내는데 든든합니다.
세 번째는 쌀 통닭입니다. 튀김옷에 쌀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닭도 아주 좋은 술안주 거리입니다. 기름진 맛은 술을 한 잔 마시고 닭을 안주로 먹어야 할지, 닭을 한 입 먹고 기름진 입을 술로 씻어내야 할지 순서를 혼동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습니다.
이렇게 대충 술과 안주로 저녁을 때우고 나면 피곤함과 술기운이 섞여 노곤해집니다. 이때,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 매우 흥미로운 주제의 영상이 나오면 갑자기 각성상태로 전환됩니다. 이때 안 좋은 것은 술이 모자라다고 느끼는 경우입니다. 9시경 아직 잠을 자기에는 이르고, 기분 좋은 취기가 사라지기 아쉬운 몸은 끊임없이 뇌에 신호를 보냅니다.
"알코올을 더 공급하라고!"
열 번 신호를 받으면 아홉 번은 추가로 술병을 따게 됩니다.
이렇게 거의 매일 술을 먹으니 다음 날 몸이 정상일리가 없습니다. 그날의 쌓인 피로와 독성을 걸러내느라 바쁜 간이 퍼붓는 술까지 처리해야 합니다. 몸이 자는 동안 밀린 업무를 하고, 좀 쉬어야 할 간과 위 등 오장육부가 밤을 꼬박 지내도록 알코올 뒤처리를 합니다.
정신이 맑지 않고 체력이 거의 고갈 상태입니다. 오전 내내 비몽사몽으로 업무를 보고, 점심을 급하게 먹은 뒤 주차장에 있는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것이 중요한 일과처럼 되었습니다. 아무리 빨리 서둘러도 눈을 붙일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오후 내내 힘이 듭니다.
무기력함, 기력이 없는 상태는 동양의학에서 보면 기가 쇠한 상태가 됩니다. 술은 물이므로 몸이 습해져서 음이 성한 상태, 즉 내한이 됩니다. 속이 차니 설사병이 나고 근육을 주관하는 간이 제 기능을 못하니 온 몸이 나른합니다. 무기력함은 바로 여기에서 옵니다. 집중을 할 수 없어 같은 글을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서류를 쳐다보다가 멍하게 있는 상태가 자주 있습니다. 딴생각을 할 힘도 없어 그냥 멍하게 멈추어 있게 됩니다. 탈수 증상도 있어서 갈증이 나고 몸이 자꾸 축축 쳐지는 느낌이 나서 어디에 가서 바닥에 눕고 싶기만 합니다.
어깨와 목 뒤쪽이 뻐근하고 짓눌리는 느낌이 나서 가만히 앉아있기가 힘이 듭니다.
무기력은 이렇게 매일 나에게 찾아오는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가 떠나면 나는 다시 술이 생각날 것입니다.
확실합니다. 왜냐하면 어제도 그랬고, 그 전날도 그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