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분리

by 노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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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매일 먹으니 만성 피로에 젖어 있습니다. 아침에 몸이 늘 무거워서 일어나기 어렵고, 아침에 정신을 차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눈의 피로였습니다. 뜸과 침을 배우면서 알게 되었지만 근육은 간이 통제한다고 합니다. 또 눈도 간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어, 술 때문에 피로한 몸뿐만 아니라 침침하고 흐릿한 눈 때문에 일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나는 원래 145mmHg 이상의 고혈압을 앓고 있습니다. 일부러 혈압약을 먹지 않았습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고 짧은 의학지식에 근거해 보아도 체중을 감량하거나 식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며 억지로 혈압약을 먹는 것은 순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혈압약은 심장의 박동을 일부러 줄이거나, 혈액의 점도를 강제로 떨어뜨리는 작용으로 혈압을 낮춥니다. 혈압이 높은 건 몸이 알아서 조절하는 것입니다. 손발 끝단으로 혈액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일부러 혈압을 낮춘다면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올 것입니다.


목 뒤에 누가 올라앉아 있는 것처럼 늘 뻐근하고 불편했습니다. 뒷목이 뻣뻣해서 한참 주무르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정신이 맑지 못하니 주변 사물에 자주 부딪힙니다. 자리에서 빠져나오다가 책상 모서리에 정강이가 부딪히는 건 하루에 두세 번씩 있는 일이고, 무엇을 집으려다가 컴퓨터 모니터 모서리에 손을 자주 부딪힙니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도 유리문을 열고 닫으며 지나갈 때도 손이나 발이 자꾸 걸립니다. 꼬리가 긴 짐승도 아니고 손과 발을 제어를 잘 못하겠습니다.


식사를 할 때는 수저로 음식을 떠서 입으로 가져다 놓는 동작이 가끔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걸음을 걷거나, 식사를 할 때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마련입니다만 가끔 나는 내가 이상합니다.


내가 나로 느껴지지 않고 낯설 때가 있습니다. 참, 계단에서도 자주 넘어집니다.


자연스럽게 의식 없이 하던 동작들이 의식이 된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입니다.


내 정신이 어떻게라도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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