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짜장·사랑이

# 아빠의 서울생활

by 삼류 임효준

아빠가 서울로 완전히 올라오게 된 것은 다 엄마 때문입니다. 아빠가 대학생 때 부산 경기는 최악으로 어려웠다고 합니다. 풍부한 노동력과 높은 품질로 70~8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운동화 생산기지였던 부산 신발산업이 인건비 상승과 함께 신발 생산 지역이 중국과 동남아로 급속하게 이전되면서 침체에 빠지게 됩니다. 아빠는 졸업 시점을 늦춰야겠다는 생각에 휴학하고 무작정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옷 장사하는 것을 배우러 올라왔고 친구 소개로 어린이집 교사인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근데 아빠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엄마의 원숭이 귀가 맘에 들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쪽 나온 귀가 귀엽고 목소리도 맑아서 좋았다고 합니다. 반면에 엄마는 친구 단칸방에 빌어 붙어사는 아빠에게 대뜸 차가 있냐고 물었고 아빠는 당황되는 첫 만남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며칠 고민해서 다시 연락해서 만났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버티려면 정 붙일 곳이나 사람이 꼭 필요해서 엄마를 그냥 있으면 힘이 되는 ’ 반짝이‘로 생각하자고 다짐했답니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아빠는 버텼고 다시 부산에 내려가 마지막 4학년 1학기 과정을 마치고 완전히 서울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아빤 처음 서울생활에서 지하철 칸을 이동하며 먼저 내리려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다고 합니다. 그냥 지하철이 도착되면 그냥 열리는 문으로 내려 걸어가면 되는데 좀 더 빨리 빠져나가려고 동선을 파악해서 지하철 칸을 먼저 이동해 도착과 동시에 가까운 문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역시 서울에서는 빠르게 살아야 되는 속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예민한 아빠는 그렇게 자신을 맞춰 갔답니다. 부지런했던 아빠는 경영과 의상학 2개를 복수전공해 백화점 유명 셔츠 브랜드 팀의 핵심 멤버 사원이 되었지만 직원을 민주적인 절차 없이 한 순간에 자르는 것을 보고 미련 없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대학시절 동아닷컴에서 대학생 대상으로 인터넷 e-리포트 활동한 경험을 살려 선배도 없고 과도 다르지만 기자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내세울 것 없는 그런 이력 속에서도 아빤 어린 시절 친구와 뛰어놀던 그 추억들이 큰 힘이 됐다고 하십니다. 건설 노동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와 저녁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사랑이가 학교 숙제 이야기를 합니다.


”학교 숙제가 글쎄 ’ 질문‘ 만들기인데 어떤 것들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엄마 아빠가 좀 도와줘 “

”어떤 건데……? “

”나도 잘 몰라, 그냥 좀 생각해볼 그런 거. 찬반이 나눠져서 서로의 주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거“


갑자기 조용해지고 밥 먹는 소리가 커졌습니다. 한 참 뒤에 아빠가 이야기합니다.


”아빠가 주니어 플라톤 독서 토론을 초등학교 대상으로 한 적이 있어. 그때 개구쟁이 1학년도 하고 5~6학년도 하고 다 할 때인데 1학년 어머님이 갑자기 그만두겠다는 거야. 그래서 정중하게 이유를 물었는데 ’ 선생님이 사투리를 쓰는 것이 애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 거 같아 그만두겠어요 ‘라고 하더군. 그때 좀 마음이 많이 아팠어. 아빤 사랑이가 학교 친구들과 이런 질문에 대한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

"독서토론 수업을 하는 1학년에게 사투리 쓰는 선생님께 교육을 받으면 될까 안 될까?‘“

”아빠, 별로야. 그런 질문을 왜 해야 돼? “

”사투리를 쓰는 것이 국어교육에서 표준어를 쓰고 배워야 하는 1학년에게는 안 좋을 수 있어. 그 어머니의 말씀도 이해는 되지. 그런데 독서토론이라는 부분에서는 다양한 나라와 사람들의 생각들을 책을 통해 배우고 이해하면서 넓고 깊은 마음을 배우는 거야. 중요한 것은 사투리 역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한 부분이지. 아빤 그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서울에서 그리고 독서 토론에서 부산 사투리를 쓰는 것이 그 어머님처럼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순간 했었어. 아빤 부산 촌놈이었으니까. 근데 한 사람이 태어나 살아왔던 곳의 말과 행동, 문화가 녹아있는 어쩌면 그 사람의 본모습이 담긴 사투리 말씨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람과 사람들이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적어도 국어교육이 아니라 독서토론에서만큼은 이런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고 품을 줄 아는 학생들이 더 큰 세상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아빤 믿고 싶었던 거 같아. “

아빠의 말에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부산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랑이를 어릴 때 ’ 서울 가시나‘ ’ 가시나‘해서 너무 싫어했습니다. ’ 가시나‘라는 말이 욕처럼 느껴져서 그랬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한 여가수의 노랫말에도 ’ 가시나‘라는 것이 어디를 간다는 말의 ’ 가시나‘와 부산 사투리 여자애의 뜻의 ’ 가시나‘의 이중적인 말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재밌어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번 부산 방문에서도 활짝 웃으며 반겨주신 두 분을 생각해보면 ’ 서울 가시나‘라는 것이 그 두 분에게는 커다란 자랑거리, 예쁜 손녀의 또 다른 별칭인 것 같습니다. 사랑이의 마음은 더 커졌습니다.


“서울 가시나


아장아장 이쁜 우~

세상 이쁜 사랑이


뒤뚱뒤뚱 뛰다가

아이코 넘어졌네


성큼성큼 할배할매

한 손 번쩍 사랑이


이리저리 호호 후후

세상 보물 서울 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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