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짜장·사랑이

# 죽음

by 삼류 임효준

가을도 이제 끝나가고 초겨울 날씨가 되었습니다. 사랑이는 짜장이를 보러 오늘은 따뜻하게 옷을 입습니다. 주머니에는 ’ 츄르‘를 챙기고 평소 때와 다름없이 방문을 닫는데 책상 위 아빠와 입학식 때 찍은 사진액자가 툭 쓰러집니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가 입학식에 같이 가서 휴대폰으로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바로 세워 두고 사랑이는 예원이 아파트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거리의 풍경이 조금 느리게 보이고 저 멀리 움직이는 사람들도 오늘은 왠지 특별하게 보입니다. 경비원 아저씨를 지나 숨어있던 짜장을 보고 기특하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랑이는 빙긋 웃습니다. 그리고는 쭈그리고 앉아

’ 츄르‘를 주면서 무릎 위로 올라온 짜장이를 쓰다듬어줍니다. 차가운 바람이 손끝에 머물다 짜장 이의 털을 만져주니 이내 따스함이 손가락 사이로 간간이 전해집니다. 추워진 날씨에도 짜장이의 체온은 따뜻합니다. 사랑이는 한참을 쓰다듬어 주다가 울리는 핸드폰에 쪼그린 자세로 엉거주춤 전화를 받습니다.


“사랑아! 아빠가 다쳐서 엄마 급히 병원 가니 집에 와서 라면 끊어 먹어. 알았지?”


쭈그린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운 사랑이는 다급하게 말합니다.


“엄마, 아빠가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데?”

“엄마도 몰라. 가봐야 알아. 저녁 잘 챙겨 먹고 있어”

“엄마~”


’ 뚝‘ 핸드폰 너머 전화는 끊어지고 멍하니 사랑이는 서 있었습니다.

그제야 깜짝 놀라 숨어있던 짜장이 사랑이 앞으로 슬면서 다가옵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던 사랑이는 갑자기 볼에 뜨거운 것이 확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눈물이 늦저녁 추운 바람을 비껴 온 몸을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수술실 앞에 앉아 양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엄마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글 쓰는 일이 돈이 안 된다며 한 번도 아빠가 쓴 글을 읽어보지 않다가 공사장에 나간다고 해서야 새벽 간식거리를 챙겨주던 일을 떠올려봅니다. 욕조에 물을 받아 씻는 것을 물 아깝다며 잔소리하고 피곤하다고 매번 자러 가면서도 동료들이 오메가 3와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는 등의 말을 흘러들었던 일과 지난번 코피를 흘린 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원망했습니다. 그때 수술실에서 녹색 가운을 입은 수술 담당 의사가 나옵니다.


“죄송합니다.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엄마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그 뒤로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릅니다. 사랑이는 아빠 장례식까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아빠는 개포동 공사장에서 ’ 안전지킴이‘로 직접 공사 일과는 무관하게 안전 관련 일만 하고 있는 것으로 가족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벽 일찍 나가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돈을 받는 것도 당연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부족한 돈을 더 벌기 위해 아빠는 한 달 전에 전기업체로 직장을 옮겼고 거기서는 ’ 안전 길라잡이‘라며 안전 관련 일만 시키겠다고는 하고는 원청이 원하는 업무 일을 하청업체가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파트 공사에 있어서 지하 4층부터 올라와 지하 1층까지 하청 건설기업이 직접 오징어등 등 가설 전기를 설치하던 것이 지면 상층부터는 가설 전기담당을 건설사 전기 가설 직영팀이 직접 가설 등을 달게 되는데 건설사는 부족한 인력을 하청 전기업체에게 안전을 핑계로 ’ 안전 길라잡이‘를 뽑아 안전담당이던 아빠가 전기가설 일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2022년부터 적용되면서 건설사업장에는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건설사의 대표나 건설 소장 등이 중대재해에도 하청업체 책임으로 떠넘길 수 있었지만 중대재해 처벌법이 적용되면 건설사 대표와 안전책임자 및 건설 소장까지 법적 책임을 지게 되어서 건설사는 안전지킴이나 안전 길라잡이 등 안전 관련 인력을 많이 배치시킵니다. 그런데 이런 인건비를 건설사가 지불하면서 공사일정에 필요한 가설 등 설치를 담당한 직영 가설팀 일을 하청 전기업체에서 안전 길라잡이를 뽑게 해 그들이 원하는 전기 가설팀 일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업무분장에는 안전 관련 일만 감시 감독하게 되어 있는데도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빠는 하청 전기업체가 원하는 안전과장으로서의 안전 관련 일을 하면서 원청 건설사 전기 직영 가설팀 가설 등 설치 지원을 동시에 2가지 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날은 연말 분위기에 쉬는 날을 고려해 건설사가 공사일정을 무리하게 진행시키면서 고소작업대라는 장비를 이용해 높은 곳에 가설 등 설치 일을 아빠가 대신 올라가면서 작업 미숙으로 천장 벽에 몸이 끼이면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원래 1 작업 2인으로 서로 완전을 살펴야 하는 것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같이 일하던 안전 길라잡이 2명은 각자 떨어져서 고소작업대 작업을 하고 있어서 사고가 난 지 1시간이 지나도록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빠는 떠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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