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장과 친해지기
학교 ’ 땡‘ 하고 마치면 매일 예원이네 아파트를 찾는 것이 사랑이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숙제를 꾸준히 빨리 하게 된 것도 다 짜장이 덕분입니다. 숙제가 많아 못 갈 때는 일부러 예원이를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학교에서 곧장 있는 사랑이 전셋집 빌라를 지나 예원이네 아파트까지 와 버리곤 했습니다. 매번 갈 때마다 짜장 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번은 수학 문제집을 풀고 학교 숙제까지 마치고 예원이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려고 하는데 경비아저씨끼리 말하는 것을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요즈음 코로나 때문에 다들 조심하는데 이놈의 도둑고양이 놈들 때문에 미치겠어. 코로나를 옮긴다는 말도 있더라고. 글쎄”
“나도 그런 비슷한 말 들었는데,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더라고. 그래도 분명 길고양이들은 목욕시켜주는 사람도 없고 주인 없이 아무렇게 크니 더러워, 그러니 다 쫓아내야 돼. 그렇지?”
“그래, 그게 아파트 주민들을 위하고 우리가 한 일이야”
사랑이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그 커다란 눈에 앙증맞은 귀염둥이 ’ 자장‘이 코로나를 옮길 수도 있다는 것과 경비 아저씨들이 쫓아내면 더 이상 짜장을 못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주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짜장과 친해지기가 위해 노력했던 것이 떠올라 사랑이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매일 아파트 주변을 보물 찾기를 하듯 찾아다녔고 막상 찾아도 놀라 달아날까 봐 반가움을 참고 먼발치에서 지켜만 바라보기가 일쑤였습니다. 한 번은 용기를 내어 엄마 몰래 숨겨놓은, 떼어놓은 생선살을 짜장 앞에 던져놓고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짜장이 먹는 것을 보고 너무나 기뻐 그다음 날 학교에서 예원이에게 자랑까지 한 적도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 츄르‘라고 휴대폰 검색해서 찾은 고양이 간식거리를 아껴둔 용돈을 털어 사서 짜장에게 먹였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짜장 이와의 거리는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어제부터는 쪼그리고 앉은 사랑이 무릎 위로 올라와 쓰다듬어 주기까지 했습니다. 사랑이는 너무나 가슴 설레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쫓아내려는 경비아저씨들이 밉게 보였습니다. 사랑이는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경비아저씨들이 인사 잘한다고 항상 칭찬해주셔서 좋은 분들이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아닙니다. 짜장을 만나면서 달라졌습니다.
오늘 짜장은 경비아저씨를 피해 뒤쪽 아파트 화단 햇볕이 잠깐 모인 곳에 앉아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츄르를 맛있게 먹는 짜장 이를 내려다보니 숨이 탁 막힙니다. 큰 한 숨을 쉬고 주위를 보니 아름답게 핀 코스모스 꽃들이 가을의 끝자락을 아쉬워합니다. 사랑이는 흰꽃과 노란, 분홍 꽃들이 달린 가지를 꺾어 짜장이 와 놀아줍니다. 낚시놀이처럼 짜장이 앞에서 움직이면 짜장 이는 그 꽃잎을 잡으려고 귀엽게 달려듭니다. 그러면 재빨리 이쪽저쪽으로 옮기면 재밌다고 짜장 이는 또 달려듭니다. 그러는 사이, 해는 어느새 저물고 사랑이는 아쉬워하며 돌아옵니다. 사랑이 무릎에는 짜장 이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코스모스
누굴 닮아 흔들거리나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가느다란 손 흔들어
같이 가자 윙크하네
무얼 보고 미소 지으나
엄마 따라 아빠 따라
작디작은 걸음마로
가을 왔다 노래하네
여린 바람 알록달록
이쁜 빛깔 고운 손길
햇살 아래 달빛 아래
주인 없는 길고양이 품었네
어딜 향해 떠나가려나
높은 하늘 저녁노을
하루 이틀 삼백육십오
한결같은 그 한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