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짜장·사랑이

# 사랑해 가족

by 삼류 임효준

사랑이는 ’ 짜장‘이를 생각하다가 문득 이름을 짓는다는 게 묘한 힘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길고양이라고 말할 때와는 달리 '짜장’이라고 하면 가슴속에 뭔가 쑥 박히는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요미’는 그냥 부동산 아주머니가 그렇게 부르니 별생각 없이 불렀지만 사랑이가 직접 지어 부르니 묘한 애정이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아빠는 우리 가족을 ‘사랑해 가족’이라고 항상 불렀습니다. 오빠 이름이 ‘태양’이고 넌 ‘사랑’이니 함께 붙여 ‘사랑해’가 된다며 ‘사랑해 가족’이라고 하셨습니다. 엄마 아빠가 직접 지은 이름인데 엄마가 추위를 잘 타서 오빠를 가졌을 때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태양’이라고 태명을 지어 부르다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랑이는 오빠와는 7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엄마 아빠는 원래 오빠만 생각했었는데 늦게 태어났다고 합니다.


‘내가 안 태어났으며 ’해 가족‘인가? 너무 재미없는 이름이네, 뭐~’


뾰로통해진 사랑이는 수학 학습지를 확 펼쳤습니다. 그러자 학교 과학시간에 사용하고 남은 노란 풍선이 하나 툭 튀어나왔습니다.


‘어릴 때 아빠가 불어준 풍선으로 ‘배구’도 하고 ‘제기차기’도 하고 함께 잘 놀았는데…‘


사랑이는 책상에 양손을 포개고 엎드려 얼굴을 파묻고는 잠이 듭니다.


“풍선


아빠가 불어주신 노란 풍선은

햇살을 담아 밝고 따뜻하다

어두운 빗길에 나를 감싸주는 노란 우비처럼

퇴근길 종이봉지에서 꺼낸 붕어빵 온기처럼


아빠 기쁨은 터질 듯 커가는 노란 풍선


엄마가 불어주신 파란 풍선은

바다를 닮아 깊고 포근하다

더운 한여름 손부채질로 얼음공주 만들고

소풍날 새벽녘에 김밥 말이 주방장이 되시고


엄마 미소는 터질 듯 깊어가는 파란 풍선


오빠가 불어주는 빨간 풍선은

불자동차를 닮아 빠르고 강하다

아침부터 투정 부리는 내 이마에 뽀뽀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욕심내면 나눠주고


오빠는 강남스타일이 아닌 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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