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짜장·사랑이

# 부산 여행

by 삼류 임효준

모처럼 사랑이네는 부산에 아빠 고향을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 생신을 맞아 주말에 내려간다고 해서 사랑이는 ’ 츄르‘를 잔뜩 챙겨 짜장 이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수학 숙제 때문에 못 준거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짜장아, 많이 먹어. 이번 주말 부산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내려가. 시골은 아니지만 옛날 집이라 좀 불편한데 그래도 좋아. 할머니 생신이시고 또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주시거든. 엄마가 못하는 음식들이 엄청 많아. 너도 엄마와 할머니 같은 가족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텐데…. 미안해. 나만 행복한 거 같아서 “


사랑이는 무릎 위에서 앙탈 부리는 짜장 이를 쓰다듬어 주고는 귀엽고 애잔한 마음에 당장 집에 데려다 키우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깔끔이 엄마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일입니다. 한참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비아저씨들이 저 멀리서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 깜짝 놀랐습니다. 후다닥 일어나는 바람에 무릎에 있던 짜장이는 놀라 떨어지면서 ”야오옹 “ 크게 울면서 화단 뒤 커다란 나무 뒤로 숨어버립니다. 사랑이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스트레칭을 해주며 후드 티 주머니에서 줄넘기를 꺼내 들고 줄넘기를 시작합니다. 반에서 줄넘기 대장인 사랑이는 2단 줄넘기를 쉰 번이 넘게 할 때도 있는 괴력 소녀입니다.


”야 정말 줄넘기 잘한다. 2단 줄넘기는 어른들도 힘든데. 대단하네. 너 운동선수니? “

”아니, 아니에요. 그냥 학교에서 줄넘기 수업 열심히 잘해서 그래요. 감사합니다. “


밝은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사랑이는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짜장 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만 집으로 향해 걸어갑니다.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숨어있던 짜장이가 슬금슬금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아파왔지만 외면하고 사랑이는 뛰어갑니다. KTX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계속 짜장이가 눈에 밟혀서 부산 가는 것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를 보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부쩍 늙어버리신 할아버지 할머니지만 항상 키도 크고 예쁘다며 모델하라고 하시는 칭찬이 싫지 않았습니다. 맛있는 저녁 음식에 생신 축하 케이크까지 함께 먹고 후식으로 할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주식 식혜까지 달콤하게 마셨습니다. 주방 식사 정리를 하는 가족들과 달리 홀로 앉아 `있는 할아버지 다리를 주물러 주던 사랑이가 할아버지를 향해 말합니다.


”할아버지, 짜장이라는 길고양이가 있는데 너무 귀여워요. 엄마 아빠 몰래 먹이도 주고 놀아도 주고 있어요. 그래도 괜찮죠? “


”그럼, 사랑이 증조할아버지는 마을 돼지, 말, 소 등이 아플 때 고쳐주고 하셨지. 사랑이는 증조할아버지를 닮아 동물들을 좋아하는구나. 기특하네. 하하. “


방에서 나온 사랑이는 부산 밤하늘 별빛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서울의 밤하늘 아래 짜장이를 떠올려봅니다.

”기차


도란도란

앉은 우리

어디 어디 가나요?

산천초목

배경 삼아

할아버지 할머니 곁으로


가슴 가득

함박웃음

양떼구름 쫓아오네

어둔 캄캄

굴속 지나

바다향기 다가오네


잠시 멈춘

간이역마다

아름다운 얼굴들

동백꽃 갈매기

맛깔스러운 부산 말씨

사랑이는 서울 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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