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짜장·사랑이

# 낙동 초등학교

by 삼류 임효준

부산 할머니 댁에서의 아침은 바다 바람과 승학산 기운이 담겨 상쾌하고 시원했습니다. 아빠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괴정초에서 낙동초로 이사 오면서 그때부터 쭉 살고 있는 이곳은 마당 정면으로 승학산이 보이고 뒤편으로는 작은 언덕 산이 위치한 산 밑 집이었습니다. 아빠가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주변이 온통 밭이었고 아빠는 뒷산에서 친구들과 나무 열매도 따먹고 칡도 캐고 겨울에는 눈 덮인 산길을 산토끼 발자국을 따라잡으려 다녔다고 합니다.

부산 집은 아빠가 어린 시절 친구들과 구슬치기, 자치기 그리고 그 유명한 오징어 달구지, 일명 오징어 게임도 하며 추억이 담겨 있는 집입니다.


”사랑이 일찍 일어났네, 아빠랑 산책 나갈까? “


아빠는 오후에 서울에 올라가는 것이 아쉬운 지 잠에서 깬 사랑이를 보고 말했습니다. 사랑이는 잠옷을 벗고 챙겨 온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아빠를 따라나섭니다. 아빠가 향한 곳은 낙동초등학교 운동장이었습니다. 아빠는 이곳 18회 졸업생이라고 합니다. 처음 전학 왔을 때는 뭐가 뭔지 모르고 너무 낯설어 친구 사기 기도 쉽지 않았답니다. 근데 운동을 잘해서 친구들이 야구와 축구 등 꼭 자기편이 되어주길 바래서 곧 친해졌다고 합니다. 사랑이는 줄넘기를 잘하는 것이 아빠의 유전 때문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오빠와는 달리 아빠와 같은 왼손잡이인 것도 아빠의 영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근데 왜 수학 잘하는 것은 안 닮았어? 에잇‘


아빠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커다란 바위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곳에는 ’ 충효예‘라고 검은색 글씨가 적혀있었습니다.


”사랑아, 아빠는 이 글을 보면서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예술을 사랑하자고 어린 나이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단다. 아빠 이름에 있는 ’ 효‘가 있어 이 바위 글씨가 아빠에게 더 크게 다가왔었지. 사랑이 나이 때 아빠는 이곳 운동장을 마음껏 뛰어다녔어. 만국기 아래 운동회를 하면 부모님들 다 오고 동네잔치였단다. 하하“


아빠는 이야기하면서도 그때가 많이 그리운 지 웃어 보였지만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상화랑 교일이, 성용이, 민희, 선희 또 서울에 있는 숙이도…그때 짝꿍이던 권숙희도 너무 보고 싶구나"


아빠는 혼잣말처럼 말하고는 다시 운동장을 가로질러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사랑이는 말없이 아빠를 따라 걸어갑니다. 지난날 짜장이가 사랑이를 따라가듯…….


”운동회


푸름이 더 푸르고

맑음이 더욱 빛나는

깊은 하늘 아래 꿈밭 세상

만국기 수놓아 바람에 흔들리고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모아 엮은 청용 백호

박사 의사 운동선수

걸그룹 K-팝 스타 꿈도

지금 이 순간만은

청군 승리 백군 승리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청백 이어 달리기

엄마 아빠 그 시절

소리쳤던 청군 백군 이겨라

이 악물고 힘껏 뛰던

동네 친구 소꿉친구


지금 우린 조금 변해

아파트 친구 학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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