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백일 백장] 100-31

누군가 나에게 '종교가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짜장반, 짬뽕반처럼 가톨릭과 불교라고 답을 하면 될까. 아니다.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종교가 뭔지 잘 몰라서 그런 걸까. 늘 그래왔듯이 국어사전에게 도움을 청해 본다. 사전적 의미로 종교란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이다. 종교는 애니미즘과 같은 초기적 신앙 형태부터 불교, 기독교와 같은 현대적 종교까지 모두를 망라하는 개념이다. 그렇구나. 그럼, 나의 종교는 무엇일까.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운명적으로 가톨릭 신자가 되셨다. 덕분에 나도 '세레나'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요즘도 나는 가끔 사는 게 힘이 들 때면 성당을 찾아가곤 한다. 성당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이유 없는 행운을 마주쳤을 때에도,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혼잣말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온 마음을 다하여 초자연적인 절대자로서의 하느님을 받들 자신은 없다. 무조건적으로 믿고 나를 의탁하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불교와 나의 접점도 꽤 역사가 길다.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 몇 번의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자비사상도 매력적이었지만, 아마도 나는 절의 고요함을 좋아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 보통의 날 사회에서 만난 지인이 나에게 정토불교대학 입학을 권했다. 불교에 대한 호감이 있었기에, 처음에는 가볍게 임했다. 그러나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고, 불교대학 수업을 거듭하면서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나에게 생겨난 가장 큰 변화는 내 삶의 모든 괴로움이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완전히 습관을 버리지 못해 때때로 힘들지만, 남 탓을 하거나 상대방을 미워하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 깨달음의 장, 불교대학 도반들에게는 유사 전우애를 느낀다.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소중한 친구들이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기 어려웠을 도반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울렸다.
나에게 부처님은 경외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먼저 깨달음을 얻은 인생 선배이다. 감히 부처님처럼 나도 앞으로 '괴로움 없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내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진 어느 날, 내 이야기도 도반들에게 진솔하게 전해주고 싶다. 나는 종교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나 자신과 삶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