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32
직업선호도검사 S형을 해봤다. 나는 검사를 할 때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편이다. 설마 나 아직도 자라고 있는 건가. 키는 점점 줄고 있는데. 아니면 나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깊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검사한 결과인데도 의심 많은 내 마음은 계속 '이게 정말 나인가'하고 반문하는 중이다. 다음 주 정도에 L형도 추가로 검사해 보려고 한다. 반문하는 내 마음이 '그래, 알았다고. 너다. 너야'라고 포기할 때까지, 나에 대해 묻고 또 물어볼 테다.
고용 24에서 제시한 나의 대표 흥미 코드는 SE이다. 사회형 S는 원점수 20점, 표준점수 5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진취형 E의 원점수는 17점, 표준점수 61점이다. E의 표준점수가 S보다 높은 게 이상해서 Gemini에게 물어봤다. 예를 들어 원점수가 '그렇다'라고 답한 개수의 합이라면, 표준점수는 내 점수가 전체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상대적 위치 점수이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부담스러워서 '그렇다'라고 답하지 못한 문항에 대해서도 나는 '그렇다'라고 답을 한 것이다. 사실상 진취형이 나의 가장 강력한 동력일 가능성이 있다.
표면상의 대표 흥미 코드 S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사회형 점수가 높은 사람은 사람들의 문제를 듣고 공감하고, 어떤 사실을 가르쳐 주거나 도와주는 활동을 좋아한다고 한다. 사실상의 대표 흥미 코드인 E의 키워드는 추진력인 것 같다. 진취형은 자신이 기획하고 목표 설정한 것을 실행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유형이다. 진취형이라고 했을 때 사실 좀 의아했는데, 나는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맞다. 내성적인 편이지만 목표를 성취하거나 일을 할 때에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협상하는데 의외로 용감할 때가 종종 있었다.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기록한 예술형 A는 원점수 16점, 표준점수 54점이다. 사회형과의 표준점수는 차이가 1점에 불과했다. 예술형이라고 해서 음악, 미술 적성만 생각했는데, A의 키워드는 창의력이다. 예술형 점수가 높은 사람은 창의적이고 변화를 추구하는 일을 좋아하는 성향이 강하다. 또한 명확하고 규칙적인 활동이나 객관적 사실을 추구하는 활동에는 약한 편이고, 자신의 직감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갑자기 나의 현실형 R 원점수가 0점인 게 확 이해가 됐다.
그런데 탐구형 I의 점수가 뭔가 묘하다. 원점수가 9점밖에 되지 않는데, 표준점수가 59점이나 된다. 표준점수로만 보면 진취형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관습형 C 수치도 좀 수상하다. 원점수가 10점인데, 표준점수는 49점이나 됐다. Gemini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C는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라 상대적으로 남들에 비하면 내 점수가 낮은 것이고, I는 9점만 받아도 남들보다 훨씬 높은 상위권이라는 것이다. Gemini가 분석한 나의 진짜 대표 코드는 EI 또는 EIS이다. 진취형은 압도적 1위, 탐구형은 강력한 2위, 사회형은 안정적 3위, 예술형은 유효한 흥미로 나타났다.
Gemini의 분석에 따르면, 나는 사람을 돕는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목표를 달성할 때 내면 에너지가 더 크게 발휘되는 사람이다. 전문가형 리더이자 분석적, 진취적인 탐구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용 24 데이터를 기반으로 Gemini가 분석한 나의 추천 직무는 '도시 계획 및 주거복지 정책 연구원, 대학교수 및 학술 연구원, 사회복지 행정가 및 기관 운영자, 경영 지도 및 진단 전문가, 인사 및 노사 관련 전문가, UX 리서치/서비스 기획자, 상품기획 전문가, 변호사, 데이터 기반 마케팅 전략가, 직업상담 및 경력상담원'이다.
임상상담을 할 경우 나의 탐구하려는 마음이 내담자의 심리 기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가 느리고 수동적인 경청의 과정에서 진취형과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즉, 답답함을 느껴서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단순한 개인 상담보다는 상담 심리 전문가로서 교육을 하거나, 상담 센터를 운영하거나, 상담 정책을 연구하는 편이 바람직할 수 있다.
처음에 나는 사실 검사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봤다. 지금은 검사를 하고, 결과를 심도 있게 살펴봐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Gemini와 문답하면서 검사 결과를 분석해 보니, 표면 아래 내면이 보였다. 내가 가려는 길의 한계나 조심해야 될 부분도 알게 되었고, 가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미련도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됐다. 마무리 단계로 나는 종이 한 장을 준비하고, 연필로 내가 할 수 있거나 관심이 있는 일을 써봤다. 그 일을 하려면 극복해야 할 나의 단점도 함께 메모했다. '내가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그런 노력이 별로 필요 없는 분야가 무엇일지'를 처음으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왠지, 예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