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36
"하고 싶으면, 그냥 해라.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잘 모르겠으니까, 그렇죠."
"니는 생각이 너무 많다. 뇌를 조금 잘라내라."
"생각이 많은 건, 맞는데. 원래 성향이 그런데, 뇌를 어떻게 잘라요. 후회할까 봐 그러죠."
"그건 핑계다. 세상에 잘못된 선택이란 없는 거다. 하다 보면 길이 보이기도 하고. 선택하고 나서 니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아침 댓바람부터 뼈아픈 일침을 맞았다. 머리를 쓰다듬어 봤다. 다행히 아직 뇌는 온전한 것 같다. 전화 통화였으니 망정이지 만나서 이야기했으면 살짝 위험할 뻔했다. '그런 생각들 다 부질없으니, 그냥 살아가라'는 조언이었다. 나는 살짝 억울했다. '나도 이만저만하니까 그런 건데.'라고 항변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사회에서 만난 친구의 진심 어린 충고가 내심 고마웠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상대방에게 일침을 놓지 않는다. 혹여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경우라도 대부분은 그렇다. 그래서 더 시기적절한 귀한 경고였다.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하니 있는데, 십 년 전의 내 모습이 보였다. 지금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다른 길을 가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나다. 지금도 나는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묻고 또 묻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마치 쓰다만 글을 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 이 글 계속 써도 괜찮겠냐고' 여기저기 묻는 격이다. 다른 사람의 일은 참 쉬운데, 내 일이라 참 어려운 것 같다.
십 년 후를 상상해 본다. 나는 어디쯤 서 있게 될까. 타로점 카드처럼 눈앞에 앞날이 보이면 좋으련만, 한 치 앞도 잘 모르겠다. 나는 길 위에서 '다리가 아프다.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냐'하고 투덜거리고 있을까. 조금 걷다가 '이 길이 아닌가벼'하고 다른 길을 찾고 있을까. 그러다 나는 내 상상 속에 길 떠나지 않는 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지금처럼 '길을 잘못 간 것 같다'라고 생각할지언정, '그래도 한 번 해볼 걸 그랬나'하고 가지 않은 길을 더 이상 아쉬워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