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35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떻게 살아보고 싶으세요?"
"글쎄, 지금처럼 너무 앞만 보고 살진 않을 것 같은데. 옆도 좀 보고 천천히,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을 것 같애."
나에게는 멘토가 있다. 그분은 아마 그 사실을 잘 모르실 것 같다. 그냥 나 혼자 그러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은 뵙는 편이고, 나이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대화가 잘 통한다. 어느 날 그분이 내게 지금보다 좀 더 살살 살아보라고 하셨다. 당시에는 그 말이 잘 이해가 안 됐다. 우선 나는 그렇게 세게 살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본인이 아주 세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약간 이런 거다. 본인은 전력질주하고 있으면서, 나더러는 걸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말이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 말을 이해하게 됐다. 그동안 나는 '고생 끝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온다'라고 굳게 믿었다. 나에게 '고진감래'는 일종의 신앙 같았던 것 같다. '세상은 공평하다'는 전제를 깔아 둔 뒤, '고진감래'를 믿으면 지금 무언가 괴롭더라도 견딜만했다. 나는 일이든 공부든 천착했고, 성과도 괜찮았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그래 역시 고진감래야'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참고, 깊이 있게 파고들면 결코 내가 갔던 길을 빈손으로 돌아 나오는 일은 없었다.
만약 헤겔의 변증법처럼 삶을 멀리서 바라본다면, 어쩌면 세상은 '고진감래, 흥진비래'에 따라 순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고진감래'나 '흥진비래'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의 나는 고생의 끝에 '락'은 언제 오는지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내가 이만큼 고생을 했는데, 왜 즐거운 날이 오지 않느냐'라고 혼자 속으로 화를 내기도 했었다.
지금은 원래 인생은 그렇게 공평한 것도 아니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개똥철학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내 경우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인생은 고생 끝에 고생만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행복은 언젠가 반드시 끝나는 '답정너 스토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는 내 인생에 고생만 계속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않고 살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 인생의 행복한 날, 그 행복이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불안해하지도 않겠다. 내 인생은 '고진감래'도 '흥진비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