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71
'명상록'은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이다. '명상록'의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제16대 황제이자,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태평성대였던 이전 시대와 달리, 그의 재위 동안 로마 제국은 전례 없는 재앙을 겪었다. 이민족의 침략에 맞서 수차례 전쟁을 치러야 했으며, 역대급 전염병과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그는 자신의 부하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했으며, 죽기 직전까지도 원정을 수행해야 했다. 놀랍게도 그는 군대를 지휘해 본 경험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건강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위기에서 로마를 구해냈으며, 오늘날에도 자신을 헌신한 명군주로 추앙받는다.
어쩌다 '명상록'을 읽게 됐다. 내 독서 취향은 아닌데, 상황이 그렇게 됐다. 처음에는 맑고 고운 황제 폐하가 쓴 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웬걸, 아직 초반인데 아무래도 내가 황제 폐하께 결례를 범한 것 같다. 눈을 감고 가만히 상상을 해보니, 너무나 힘든 상황에 놓인 한 남자가 보였다. 허구한 날 비가 오는 변방의 전쟁터에서 추위에 덜덜 떨어가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일기를 쓰는 한 남자. 막사 밖에 나가면 진창 여기저기 시체가 누워있으며, 냄새도 고약하다. 황제는 감기에 기침을 달고 살면서도 늘 최전방에 나섰고, 성실하고 근면하게 국정을 돌봤다고 한다. 정말 '성인군자'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나는 황제 폐하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끝도 없는 전쟁과 믿었던 부하에게 배신까지 당한 상황에서 무엇이 그를 일으켜 세웠을까. 몸도 약했는데. 나는 사람에게 배신만 당해도 이렇게 힘든데. 이 남자의 비극과 비교하자니, 나는 나의 비극이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명상록'을 읽으며, 그만의 비결을 추적해 본다. 첫 번째 힌트는 '철학'이다. 그는 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무엇이 우리를 호위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가. 오직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철학이다." 그는 철학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여겼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답게 그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며, 현재의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두 번째 힌트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명상록'의 다음 대목은 불가의 '자등명'을 연상시킨다. "늘 쾌활함을 잃지 말고, 외부의 도움 없이 너 자신의 힘으로 해 나가며, 다른 사람이 주는 편안함을 물리치고 스스로 서라. 네가 스스로 바르게 서야 하고, 남의 도움을 받아 서거나, 남이 너를 바르게 세우게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쾌활함을 잃지 말고'라는 대목에서 멈칫했다. 어느 틈에 성인군자는 사라지고, 아프고 지친 한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 어쩌면 나처럼 그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매일 글에 기댔던 것은 아닐까. 어쩐지 나는 명상록이 우울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매일매일의 처절한 다짐으로 느껴졌다. 결국, 그 남자의 비결은 '매일 글을 쓰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