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되는대로

[백일 백장] 100-73

아침부터 유튜브 앱을 열었다. 검색창에 '인생이 마음대로'라고 쓴 뒤, 돋보기 버튼을 눌러본다. 연관 검색어는 '인생이 마음대로 안될 때, 인생이 씁쓸할 때'이다. 스님, 스타강사, 뇌과학자 등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원래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각자의 논리를 뽐내는 중이다. '암요, 저도 알긴 아는데요.' 이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네. 괜찮음과 슬픔의 경계선에 욕심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렇게 때때로 내가 힘이 드는가 싶다. 지금 내가 가장 내려놓고 싶은 건 '인생을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다.

그동안 내게도 몇몇의 스승이 계셨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른다. 선반 위에 독이 든 밥을 먹으려고 까치발을 세운 쥐가 '저 밥이 너무 먹고 싶은데, 왜 이렇게 인생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거냐'라고 불평한다. 그러나 밥을 먹으면 쥐는 죽게 될 것이다. '세상 일은 원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며, 마음대로 되는 것이 반드시 좋다고도 할 수 없다'는 말씀이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한 쉬운 예시에 머리가 선뜻 동의했다. 그러나 마음은 아직인 것 같다.

다음 타자로 수학 일타강사 정승제 선생님이 나섰다. '인생이 뜻대로 되면 재미가 없는 거다. 뜻대로 안되니까 뜻대로 되는 몇 안 되는 일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설파를 한다. 몸짓과 표정, 눈빛에서 학생들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게 말이다.

이어서 뇌과학자 장동선 교수가 본인의 역경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확신의 부잣집 도련님 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불행의 아이콘이 따로 없다. 그는 중요한 인생의 고비마다 정말 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인생이 마음대로' 안될 때 비로소 인간의 뇌가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단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능력치를 얻게 된다고. 마음이 슬쩍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

오늘 나는 두 명의 새로운 스승과 함께 기괴한 논리를 완성했다. 첫 번째 스승은 이동진 문화 평론가이다. '영화가 좋다'같은 프로그램에서 봄직한 얼굴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낯설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대로'라는 섬네일 문구에 심쿵 해서,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를 한 번에 정주행했다. 왠지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인 것 같다. 혼자만의 동지의식이 샘솟았다. 나의 '고진감래'와 같은 그의 첫 마디에 마음이 요동을 쳤다. 인터뷰 원문을 잠시 인용해 본다.

"저는 인생 전체를 성실하게 살면 어떤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거든요.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도 인생은 되는대로 흘러가더라고요. 아무리 열심히 살고 특정한 목적을 향해 가려고 해도 얼마든지 또 다른 쪽에서 표류할 수 있거든요. 인간이 약해서 이기도 하고, 외부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그래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다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를 받아들이겠다는 그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되는대로'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뉘앙스의 단어라고 할까. 문제는 '성실하게'였다. 이동진 문화 평론가의 '성실하게'는 한 시간이나 하루와 같은 시간은 노력에 따라 조금은 통제가 가능하고, 그런 시간들이 모이면 그나마 후회가 덜 되지 않겠냐는 취지였다. 물론 나도 뽀모도로 시계를 붙잡고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제하려 애쓰며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성실하게'라는 말이 내 안에서 억울함이 다시 뚜껑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어, 이러면 곤란한데.

여기서 기이함이 한 스푼 추가됐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큰일이 난다." 두 번째 스승, 소설가 김영하의 말이다. '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의 60에서 70퍼센트만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그는 집에서는 주로 누워서 쉰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웃음이 났다. 그렇지만 내내 웃지는 못했다. 내가 120, 130퍼센트로 살아왔기 때문에, 큰일이 난 것만 같아서.

일개미 같았던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베짱이 같은 문구를 만들어 봤다. "최선이 뭔가요. 인생은 되는대로." 두 명의 스승은 이런 취지로 한 말은 아니었을 텐데, 송구한 마음이 든다. 자칫 염세주의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내 성향이 슬슬 살아도 다른 사람만큼은 하는 사람이라. 이 정도 수위는 돼야 하겠지. 그동안 노력 대비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탐욕 같아서, 많이 괴로웠었다. 하지만 내가 인생을 '되는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계속해 나간다면, 소망이나 희망 하나쯤은 마음에 품어도 되지 않을까. 단번에 좋아지긴 어렵겠지만, 어디 나도 한번 '되는대로'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