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교통 통제 사건

[백일 백장] 100-76

오늘 저녁 8시, 방탄소년단(BTS)이 복귀했다. 그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완전체로 공연을 했다. 분명 축하할 일인데, 나는 어제부터 긴장이 됐다. 살짝 스트레스까지 받을 지경이었다. 혹자는 '팬심으로 BTS의 부상이 걱정돼서 그러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맞다. '다이너마이트'나 '버터'를 들으면, 어깨춤을 추는 나를 발견하곤 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BTS 팬클럽 '아미'가 아니다. 나는 BTS에게 내심 호감을 품고 있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국민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
문제의 발단은 교통 통제였다.
"삑"
"삑"
어제부터 교통 통제 안내 문자가 쏟아졌다. 거의 재난 상황에 준했다. 시청, 경복궁, 광화문 지하철역은 무정차 통과하거나 버스도 우회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슬슬 걱정이 됐다. 아침 일찍 부암동에 가야 하는데, 심난했다. 약간 과장하자면 괴나리봇짐을 메고 인왕산 자락을 걸어서 오르는 내 모습이 상상됐다고나 할까. 오버다. 오버.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로 통제하는지 감이 없었다 보니, 그때는 그랬다. 초조해하는 내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옆에서 조언을 건넸다.
"괴나리봇짐이라도 가볍게 하고 가렴."
"그래야겠지."

눈을 떴다. 새벽 4시였다. 교통 통제가 이렇게 스트레스받을 일이냐, 스스로를 한심해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세 시간쯤 지나 괴나리봇짐을 챙겨 메고, 길을 나섰다. 그래도 조언이 생각나 평소보다 최대한 가볍게 챙겼다. 산자락을 걷게 될지 모르니, 옷도 무겁지 않게 입었다. 나는 제법 비장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 문이 열렸다. 텅 빈 지하철이 나를 반겼다. '아직, 경기도라서 그렇겠지.' 잠도 설쳤는데, 이대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드디어 서울에 입성했다. 가장 긴장되는 구간이었다. 버스를 타고 통제 구간을 우회했다. 중간에 기사님이 우회 구간임을 큰 소리로 알려주셨다. 거리에도, 승객 중에도 외국인들이 많았다. 국적도 인종도 제각각인듯했다. 저마다 자기 몸만 한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다녔다. 참새마냥 창밖을 두리번 거려 보지만, 그 밖의 별다른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현재 상황 이상무. 이상무 정도가 아니라, 이대로면 평소보다 더 빨리 도착하겠다.
결국 나는 약속한 시간보다 한 시간 십분을 빨리 도착했다. 걱정이 과했구나, 민망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런데 기분은 좋았다.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가벼운 괴나리봇짐 덕분에 피곤이 덜했다. 나는 동네 탐정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침 산책을 하고, 평소에 눈여겨 두었던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선물 같은 아침이었다. 어쩌면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내가 대비할 수도 없는 상황들까지도 걱정해 가면서. 'BTS 교통 통제 사건'에 내 인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