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80
오늘은 매일 글을 쓴 지 80일이 되는 날이다. 인생의 나침반을 찾기 위해 나는 매일 글을 쓰고자 결심했었다. 생각보다 매일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음은 나의 '백일 백장' 신청서이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 관심이 가는 것은 망설임 없이 알아봤으며, 실제 해봤다. 몇몇의 성취도 이루었다. 열심히만 살았다. 그게 문제였다. 어느 날인가부터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을까?’하는 생각이 슬며시 찾아왔다. 또 다른 날에는 ‘너 자신도 모르면서, 무슨 공부를 하느냐’는 말이 마음을 콕 찔렀다. 처음에는 자괴감이 들었다. 쉽게 편하게 남들 사는 대로 살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한 결과인 걸 나는 알고 있으니까. 요즘 나는 내가 애틋하다. ‘나침반도 없이 인생을 살아오느라 애썼다’고 나를 위로해 주고 싶다. 2025년 가을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만들고 브런치 작가 등록을 했다. 블로그는 정보성 글이니까 부담 없이 가볍게 썼다. 그런데 브런치 글을 쓸 때는 한없이 신중해졌다. 잘 쓰고 싶었다. ‘다작보다 잘 쓴 글을 올릴 거야’라고 자꾸 글을 미루는 나 자신을 합리화했다. 2026년을 맞이하며 책과 강연을 알게 되었다. 64개 인생 질문에 답을 해본다. 질문 하나하나가 쉽지 않다. 그동안 내가 외면해 온 삶의 무게를 느껴보는 중이다. 만다라 차트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이참에 커리어넷 진로심리검사도 해 볼 작정이다. 백일 백장에 참여하게 된다면 나에 대한 탐구와 생각을 기록해 보고 싶다. 앞으로 나는 나에 대해 이해하고, 나침반 있는 인생을 살 것이다. 매일 쓰는 루틴은 덤이다."
처음 한 달 동안 나는 나에 대한 탐구에 매진했다. 나는 하루에 하나씩 나를 살펴볼 수 있는 각종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를 글로 썼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던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책과 강연의 64개 인생 질문에 답을 해보기도 하고, 인생 첫 만다라 차트도 완성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알 때쯤 되자, 마음속의 감정들이 걸림돌처럼 나타났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과거의 나'와 만나고 있다. 어떤 날은 '과거의 나'를 책망하고 싸웠다. 다른 날에는 상처투성이의 나와 화해하고, 안아주었다. 때로는 서운함과 섭섭함이 폭발하기도 했다. 지난한 과정이었다. 그동안의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나 자신을 직시할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처럼 인생의 나침반이 '짠'하고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인생의 방향성에 대한 실마리 정도는 찾은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마음이 복잡했다. 나는 내 안에서 괜찮은 마음과 초조한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불안'이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 해졌을까. 사실 요즈음 나는 '잠시 멈춤' 중이다. 나는 나에게 여유를 주기로 했었다. 그리고 이내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추구하고 사는 거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동안 너무 내가 치열하게 살아온 탓일까. 인생에서 아직 일 년도 채우지 못한 '잠시 멈춤'의 시간이 나는 좋으면서도 불안하구나. 물론 치열하게 살면 좋은 점도 있다. 그중 하나가 생각을 많이 못 한다는 점이다. 마음이 무엇인가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생각 자체가 몹시 어렵다. 몸을 혹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취의 순간 직후에는 허허로움이 마음을 가득 채울 때가 많았다. 그걸 알기에 나는 또다시 그런 방식으로 텅 빈 마음을 채우고 싶지는 않다.
어제 처음으로 행복일기에 '살아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썼다. 한 줄의 글이 이렇게 나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기도 하는구나. 그리고 서로 말을 주고받다가 나는 무심코 '지금이 천국이다'라고 말했다. 말하면서 속으로 '어어'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도 나는 삶을 혐오했었는데 말이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24시간 이런 상태는 아니다. 오늘 아침처럼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에 시달리는 순간이 사실 더 많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불안'이 더 이상 내 안에서 장기 거주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불안'이 나를 통과하는 것 같다. 오래 머무르면 며칠, 짧게 지나가면 반나절 정도면 지나가는 손님이 됐다. 장기 투숙객에서 단기 손님으로, 나의 '불안'은 그 모습을 바꾸는 중이다. 그리고 아직 자주 오지는 않지만, 어쩌면 '불안'의 빈자리를 '감사'가 대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루의 숙제처럼 느껴져서 가끔은 괴롭기도 했던 글쓰기가 새삼 고마워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