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정 날씨 '기쁨'

[백일 백장] 100-81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하나는 나에게서, 다른 하나는 타인으로부터. 먼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을 슬며시 풀어본다. 점심 식사 후 애매하게 시간이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깔나게 산책을 하자니, 시간이 부족한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럼, 선택을 해야 한다. 그냥 쉴 것인지, 말 것인지. 사실 그날의 선택에는 정답이 없다. 하늘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늘은 걸어 보기로 했다. 시간이 부족하면 걷다가 돌아오더라도, 일단 가는 거다. 산책이나, 인생이나 고민되면 그냥 하는 거지. 나는 안 가본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에는 그렇게 불안을 관리하고 싶어 하면서, '처음'의 경험은 사랑하는 모순을 안고 산다. 나는 경험해 보지 않은 길, 공간, 시간, 사람, 음식, 그 모든 것을 갈구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다. 관리된 인생에서 문제 될 것 없는 수준의 변주를 즐기는 사람인 것이다.
걷다가, 원래 알고 있던 길과 가보지 않은 길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 잠시 고민하다가 새로운 길을 골랐다. 처음 보는 풍경에 어느새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아마도 골목의 끝자락에는 미지의 공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드디어 도착.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를 만나 다른 세상으로 넘어갈 때, 이런 마음일까. 고작 카페에 가면서 호들갑이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새로운 공간에 발을 디디면 나의 오감이 총동원된다. 가장 먼저 눈이 바빠졌다. 나는 사장님의 인상착의, 메뉴의 종류, 메뉴를 제시하는 방식, 카페의 룰, 간판과 인테리어, 좌석 배치, 손님들의 스타일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오늘의 카페는 BGM이 없었다. 침묵이 음악인 셈이다. 아무래도 내가 요즘 보기 드문 곳을 찾은 것 같다. 무향 무취, 공기에서 커피 향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배 생강차를 한 잔 주문했다. 마시기 전에는 맛이 도무지 가늠이 안됐다. 마셔보니, 선물 같은 차였다. 진심을 다해 만들었을 음식. 그동안 나는 취미처럼 카페를 찾아다녔지만, 사실 이런 순간은 쉬 만날 수 없었더랬다. 기분이 좋았다.
오늘의 두 번째 선물은 '배려'였다.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배려란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다. 흔히 쓰는 말이지만, 사실 현실에서 배려를 체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오늘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과 장소에 내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그 사람도, 나도 웃었다. 다정했다.
오늘은 '기쁨'이 선물처럼 찾아온 날이었다. 물론 기쁨으로만 가득 찬 하루는 아니었다. '기분 좋음'과 '다정함' 사이에 고단함, 근심, 초조함 등 각종 감정이 수시로 내 마음을 채웠다. 그러나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금 내 마음이 그런대로 흡족한 걸 보면, 기쁨이 제일 선이 굵은 감정이었던 것 같다. '기쁨아, 자주 오렴.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