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어딘가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있는, 미움을 내려놓고
송네 피요르드로 향하며 기차의 차창 밖으로 어느새 피요르드의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8월 하순의 여름에도 불구하고 산 위에 눈이 하얗게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만년설. 문득 그 전경을 보자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어딘가 녹지 않고 계속 얼어있는 만년설 같은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 태도가 차가워진다. 그리고 이는 미움을 간직한 사람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고 그로 인해 딸이 죽었다고 속으로 그녀를 원망하며 딸을 납치한 범인의 아이를 입양하여 속이고 키운다. 그리고 이들은 이를 둘러싸고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그래서 괴로워한다. 그들은 미워하면서 서로를 차갑게 대하지만 결국 가장 괴로운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이다.
무언가에 대한 미움 같은 감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까? 세상사 모두 자기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상처를 받고 나면 그 상처를 안겨준 대상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 역시 상처에 괴로워하며 내게 상처를 주는 것들을 미워하고 모두 내려놓으려 한 적이 있었다. 유명한 철학자 등의 강연을 들으면 다들 그렇게 내려놓으라고 그러는데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들을 내려놓아도 전혀 즐겁지 않았다.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이 공허했다.
결국 삶에서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 따위 없다면, 적어도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그것을 사랑함으로써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택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생에 사랑하는 것을 가진다는 것은 절대 부질없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인생은 문제로 가득 차 있으니, 그냥 고생할 만한 가치를 가진 것을 찾는 게 낫다. 만약 이루어질 것이라면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혹시 아나, 더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을 지도.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우리를 상처 주고 신경 쓰이게 만드는 대상이 아니라, 오로지 ‘미움’이라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미움이란 건 품고 있을수록 날카로운 얼음조각처럼 우리 마음을 찌르고 더 아프게 만들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