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기르려면; 스웨덴 스톡홀름 스카겐에서 만난 장인들
사실 나는 시나몬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시나몬롤을 먹은 이후로 여행을 다녀와서도 가끔 시나몬롤이 먹고 싶어 질 때가 있다. 비가 살짝 내리고 쌀쌀하던 어느 일요일, 문득 스웨덴 민속촌인 스카겐에서 먹었던 시나몬롤이 생각나 먹고 싶어 졌다. 온 동네를 다 찾아서 겨우 찾아낸 시나몬롤은 내가 생각한 것만 못했다. 아마 어느 시나몬롤을 먹든지 내가 스카겐을 헤매다 거기서 만든 시나몬롤을 먹었을 때만큼 맛있는 건 없을 것 같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스웨덴 스카겐의 시나몬롤은 장인이 만든 거라 특별히 더 맛있기도 했다. 스웨덴 민속촌 스카겐에는 그들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그들 특유의 전통 공예품인 나무로 만드는 가구뿐만이 아니라 시나몬롤 등 다양한 부문의 장인들이 작업장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여기서 장인들에게서 각종 공예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구경할 수도 있고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당시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장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에도 스웨덴을 대표하는 IKEA가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조립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웃으며 스웨덴을 포함하여 북유럽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나무로 목공예를 하는 것을 배우고 가구 등을 만드는 게 익숙하기에 IKEA가 나오고 그걸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IKEA뿐만 아니라 브루너 맛손의 벤트우드 의자 등도 스웨덴을 대표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핀 율, 베르너 팬톤, 알토 등의 가구나 로얄 코펜하겐 같은 접시 등은 모두 그들의 장인 정신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하나를 만들어도 오래 가게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북유럽의 특징이다. 건물을 지어도 기본적으로 100년 아니 1000년을 가는 것을 목표로 지어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북유럽 국가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늦은 때에 산업화가 되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경우 1870년대에 본격적으로 산업화하기 시작했는데 1870년대에도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다. 그리고 이들이 농촌을 다 이탈하기보다 농촌에서 시장을 형성하여 판매를 위한 가내수공업의 발달로 이어졌다. "수공업의 경험을 가진 숙련공들은 산업화 이후 공장의 숙련공 노동자로 전환되었다. 산업화 과정에서도 기계제 생산방식이 바로 수공업적 생산방식을 대체하지 않았고 두 생산방식이 오랫동안 복합된 형태로 공존하였다. 숙련공들은 기계제 생산방식에 반발했고 이런 과정에서 형성된 집단의식과 공동체 문화는 계급의식으로 확대되어 스웨덴의 사민주의와 노동운동의 토대가 되었다." (강헌주, 1930년 스톡홀름 박람회와 스웨덴의 근대 디자인, 인하 교육 연구제 5권 341-358 pp 중 p345 ; 안재홍, <스웨덴 노동계급의 형성과 노동운동의 선택>, 유럽의 산업화와 노동계급, 까치, 1998, pp352-356 인용 부분)
북유럽의 평등 의식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로 표현되며 모든 노동자를 존중한다. 스웨덴의 김나지움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통합된 학교 내에 다양한 교육과정이 공존한다. 인문과정과 직업 과정이 50:50의 비율인데 학교에 따라서는 직업 과정을 선호하여 70%까지 차지하기도 한다고 한다. 기술자를 우대하는 문화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직업학교를 선택한다. 이는 우리나라와는 거의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장인들은 거의 맥이 끊겨가다 새로운 현대판 장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담이지만 북유럽에서는 전문성을 강조하기에 '대학'만을 나온 '학사'로는 취업이 어려워 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학원을 꼭 가야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때부터 사농공상이라는 이념 아래 공부 외에 다른 것들은 주로 무시해왔다. 그리고 지금 학력 인플레로 많은 대졸자들은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직업을 찾기 위해 다시 기술을 배워야 하는 형편이다. 나 역시 학력을 중요시하는 환경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그러나 공부가 제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역설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였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이란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한 것일 뿐, 그것만으로 사람을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성숙해진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것은 대부분 고등교육 이전에 배운다.
아인슈타인은 모두에게 천재성이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나무를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하면, 물고기는 한 평생 자신이 바보라고 믿으며 살 것이라고 했다. 획일적인 방식으로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을 강요하기보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 능력을 잘 발달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우리 모두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북유럽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운동과 사민주의 토대 형성 부분
- 강헌주(1999), 1930년 스톡홀름 박람회와 스웨덴의 근대 디자인, 인하 교육 연구제 5권 341-358 pp.) 중 p345 ; 안재홍, <스웨덴 노동계급의 형성과 노동운동의 선택>, 유럽의 산업화와 노동계급, 까치, 1998, pp352-356 인용 부분 참조하였습니다. (https://dspace.inha.ac.kr/handle/10505/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