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여행의 의미

여행 예찬론자의 여행하는 이유

by moka

나는 돌아다니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몇 시간씩 걸어 다니며 전에 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것을 보게 되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날씨가 좋은 주말, 운동화를 신고 도시 여행자처럼 흥미로운 것을 보러 몇 시간씩 되는 긴 산책을 하곤 한다. 또한 나는 새로운 것을 보고 알게 되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좋아한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들어간 종합 선물세트 같은 게 바로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여행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며 동시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좋다.


이것만이 여행의 매력이라고 꼽기는 어렵다. 여행이 가진 많은 특징들 중에서도 특히 나는 낯선 곳에 가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이유로 여행을 좋아하겠지만, 모르는 이들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며 안 좋았던 기억들에서 해방된다. 그렇게 디톡스를 하고 좋은 기운을 받아오는 것, 그것이 여행을 통해 내가 충전을 하는 방식인 것 같다.


나는 곧잘 방전이 되곤 한다. 매번 무언가를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자 내 모든 걸 쏟아 넣으려고 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내가 다다를 수도 없는 완벽주의를 꿈꾼다. 그래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큰 일을 끝내고 나면 항상 아파서 며칠씩 앓아눕곤 한다. 사람들은 적당히 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이왕이면 늘 최선을 다하고 싶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내 모습이 좋아 계속 열심히 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내 생각보다 열정적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끔은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한 번뿐인 인생 낭비하지 않고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대체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여기를, 이 삶을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전혀 다른 곳으로 나를 던진다. 그 마음이 클수록 멀리 간다. 멀리멀리, 아주 멀리 세상의 끝으로. 어쩌면 다른 길을, 다른 삶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아니면 내가 잊고 있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바람을 담아 떠돈다. 그렇게 한참을 떠돌고 나면 집이 그리워진다. 나는 영원히 떠돌고 싶은 게 아니라 가끔 떠나고 싶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때로는 답답한 마음으로 찾아 헤매던 정답을 찾을 때도 있고, 내가 원했던 답은 아니지만 내게 필요한 답을 얻을 때도 있다. 어쨌거나 여행에서의 소중한 경험들과 생각들은 나의 시야를 넓혀준다. '진리는 너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말을 퍼뜩 깨닫게 된다.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라 나의 갑갑했던 세계의 막힌 공간을 뚫고 예상치 못한 곳에 또 다른 문을 만들어낸다.


부모님은 내가 여행을 간다고 그러면 네가 안 가본 데가 또 있느냐면서 나보고 방랑벽이 있는 것 같다고 혀를 차시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내가 포기할 수 없는, 나를 지켜주는 하나의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때로는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로웠던 일들을 겪기도 했다. 식도를 타고 뜨거운 기운이 내려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나를 온통 다 태워버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걸 Burnout(소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단어를 보면 바로 그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어쩜 그렇게 잘 들어맞는 말을 만들었는지 신기할 정도다. 이렇게 나를 다 태웠다는 생각이 들 때 여행은 내가 다 타버린 재에서 다시 태어나는 불새처럼 나를 일으켜 세운다. 아무리 지치는 여행이어도 그 전의 일들의 힘들었던 기억은 그만큼 희석된다. 그리고 나는 어쨌든 삶은 계속된다는 걸 배운다.


여행은 힘든 시간을 보낸 나에게 상을 주는 것이기도 하고, 또 여행에서의 좋았던 기억들은 내가 힘들 때 떠올리며 웃고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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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길을 걷다가 바라본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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