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해주는 정원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가드닝의 마법

by moka

북유럽에 가면 집과 관련된 공간에 녹색 식물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집 앞에 있는 정원이나 텃밭뿐만이 아니라 집 안에는 사시사철 녹색 푸르름을 볼 수 있는 꽃과 녹색 식물 화분들이 있곤 하다. 덕분에 공간들은 삭막하게 느껴지지 않고 여유가 느껴진다.


북유럽에는 집 앞에 작게라도 정원이나 가드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친화적인 삶을 즐기는 이들은 겨울이 긴 만큼 최대한 자연과 어울리려고 애쓴다. 날이 춥지 않을 때는 텃밭을, 겨울에는 온실을 이용해서 채소나 허브 등을 직접 재배해서 먹기도 한다.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가드닝은 단지 경제적인 면에서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면에 있어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정원을 가꾸는 일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 증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예전부터 가드닝은 정신 건강 치료의 한 요법으로 이용되곤 했다.


심리학 저널인 Psychology Today의 영국 작가인 사라 레이너 Sarah Rayner의 글에 따르면 원예가 우리의 정신건강에 10가지 방법으로 불안을 완화해주고 저하된 기분을 끌어올려주며 치유해준다고 소개한다.


1. 식물을 돌보는 일은 우리에게 책임감을 준다.

2. 정원 가꾸기는 우리로 하여금 양육자가 되도록 한다. (이런 변화시키는 활동은 자아존중감을 증진한다)

3. 정원 가꾸기는 우리가 계속 다른 살아있는 것들과 연결되게 한다.

4. 가드닝은 우리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려놓는 데 도움을 준다.

5. 자연에서 일하는 것은 행복한 호르몬을 방출한다.

6. 식물과 꽃 사이에 있는 것은 현재의 순간을 살아가는 것을 상기시킨다.

7. 가드닝은 우리에게 삶의 순환을 상기시킴으로써 우리가 죽음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불안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한다.

8. 가드닝의 어떤 부분들은 우리가 화나 공격성을 표출하도록 허락한다. (자르기, 베기, 잡아당기기, 묶기 등의 행위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터뜨리는 게 가능하다)

9. 가드닝의 다른 부분들은 우리가 통제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10. 무엇보다 가드닝은 쉽다. (작은 것부터 시작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일찍이 여러 문학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소공녀'로 유명한 작가 ‘프랜시스 버넷’이 쓴 ‘비밀의 화원’을 들 수 있다. 이 책에는 부모님을 잃고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소녀와 어렸을 때부터 불구가 되고 일찍 죽을 거라는 말만 들어온 병약한 소년이 나온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해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두 소년소녀는 10년 동안 방치되었던 비밀의 화원을 다시 가꾸며 새로운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생명을 보살피고 죽은 듯했던 식물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무언가를 아끼는 법을 배우고 자기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강해진다.


그림 동화 작가로 유명한 '타샤 튜더' 역시 이혼 후 홀로 네 아이를 키워야 하는 고달픈 삶을 자연을 통해 치유하곤 했다. 당시만 해도 이혼이 흔하지 않았는데 보스턴 명문가 출신의 여성이 사교계로 가지 않고 농장을 경영하며, 맨발로 정원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쑥덕이곤 했다고 한다. 그녀는 19세기 삶의 양식을 보존하면서 정원을 가꾸는 일에서 행복을 느꼈다. 3000평의 정원에 직접 씨를 뿌리고, 비료를 만들어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제거하며 30년 동안 자기만의 정원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정원을 만들고 가꾸면서 인내를 배웠고, 그 인내를 통해 삶은 결국 원하는 대로 되며, 원하는 삶을 살며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한편, 실내 화분은 북유럽 인테리어에도 종종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만약에 아파트에 살아서 자기만의 정원을 따로 꾸미기 힘든 경우에는 실내에 화분 등을 키우곤 한다. 실내 가드닝은 길고 추운 겨울 집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실내 가드닝은 기분 전환을 시켜줄 뿐만 아니라 신선한 공기를 제공한다. 관음죽, 인도 고무나무, 보스턴 고사리 등의 식물은 새집증후군,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전자파를 감소하는데 효과가 있다. 또 음이온을 발생해 신진대사 촉진, 불면증 해소 등 몸에 이로운 영향을 준다. 게다가 실내 가드닝은 천연 가습기의 기능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식물은 잎의 기공으로 대기에 물을 배출해 실내의 습도를 조절하는데, 실내 면적의 5~10%를 식물로 채우면 겨울철 습도를 20~30% 정도 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고 앞에 언급된 것처럼 아이들에게 식물을 보살피게 하면 정서 안정은 물론 책임감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법정스님이 본인이 좋아하는 책들을 소개한 '법정스님이 사랑한 책들'에서 식물에 관한 책을 이야기하며 초심리학자들은 '바이오 플라스마'를 통해서 인간이 우주와 연결되며 살아있는 식물과도 직접 교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철근 콘크리트 등으로 나뉜 공간에 갇혀 살다시피 하며 단절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공간에 말이 없는 것 같은 식물이라도 있으면 생명과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며 삭막하지 않고 훨씬 편해짐을 느낀다.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앙상한 겨울이 되면 녹색 푸르름이 정말 간절해진다. 추운 겨울이 길어질수록 실내에 박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몸도 마음도 건조해지는 것 같다. 그럴 때 실내에 녹색 식물이나 꽃이 있으면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답답한 느낌이 줄어든다. 식물과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 보면 종을 뛰어넘어 동지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겨울이 유난히 긴 북유럽 사람들의 집에서는 흔히 녹색 식물이나 화분들을 볼 수 있다. 바깥의 혹독한 추위와 어두움에도 마음의 불을 밝혀주는 동지가 함께 있다면 겨울이 주는 계절성 우울함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겨울에는 날이 춥거나 혹은 공기가 탁해서 밖에 마음껏 다니기 힘든 날들이 잦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실내에서 초록빛을 내는 녹색 식물의 힘이 간절해진다. 집에 있는 사철나무 화분을 보면서 어렸을 때는 몰랐던 위안을 얻고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화분을 돌보는 것은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그만큼 힘을 많이 얻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일로 지치는 사람들에게 가드닝을 통해 치유의 시간을 가지길 권하고 싶다.


물론 아무리 정원 가꾸기의 효능을 깨달아도 당장 정원을 가꾸는 일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큰 일을 갑자기 하려고 하면 힘들듯이 비교적 손이 적게 가는 작은 다육 식물 화분이나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지치고 다친 당신의 마음에도 다시 봄이 오고, 푸르른 싹이 돋아나길 빌며.




* Psychology Today에 실린 가드닝의 효과 10가지는 원문 'Petal Power: Why Is Gardening So Good For Our Mental Health?'을 참조했습니다. 번역 상 의역 및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타샤 튜더의 이야기는 MBC 스페셜 다큐멘터리 '자연을 닮은 타샤튜더, 타샤의 정원'과 영화 '타샤 튜더'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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