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을 키우는 시청사

자연과의 공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삶

by moka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사의 꼭대기인 옥상에서는 꿀벌을 키운다. 처음 시청 투어를 시켜주던 시청 직원의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세상 어느 시청에서 꿀벌을 키울까? 양봉을 하는 시청이라니 나는 어디에서도 듣도 보도 못했던 이야기에 어리둥절했다. 부업으로 꿀을 팔기라도 하나 싶었다. 그런데 이들은 진지했다. 이들은 꿀벌을 키워서 이를 풀어준다고 했다. 그리고 꿀벌이 날아가서 꽃들이 수분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근데 대체 왜 시청에서 그런 일을 하느냐고요?

마크 윈스턴이 쓴 ‘사라진 벌들의 경고’에서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멸망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그만의 황당한 논리가 아니라 아인슈타인 역시 만약 지구 표면상에서 벌들이 사라진다면 인류의 생명은 4년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그를 이용해 수분을 하던 대부분의 식물들은 결과적으로 번식을 할 수가 없다.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씨앗도 남길 수 없으니 식물들은 멸종하게 되고 종국에는 그것을 먹는 동물과 인간들도 먹을 게 없어 생존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겨울 80만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면서 당장 농작물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증거로 지난겨울에만 미국 꿀벌의 31%가 죽었는데 이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CCD)’이라고 불리는 꿀벌 실종 사건은 2006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작되어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2007년 여름 이미 북반구 꿀벌의 약 25%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애벌레가 썩어 죽는 현상인 낭충아봉부패병이 2007년 발생해 그해 77%, 2010년에는 90%가 폐사한 데 이어 2013년엔 토종벌 40만 통 가운데 겨우 3만 통만 살아남았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도 인류도 멸종할까, 서울신문, 2016.06.10)

이와 같이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 주변에서 이에 대한 어떤 큰 대응을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꿀벌을 보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와중에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사의 대응은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덴마크는 이외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다. 그들의 발전의 중심에는 ‘환경친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쓰레기 소각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웬만하면 다들 자전거를 이용한다. 그들은 원자력 발전도 이용하지 않는다. 녹색평론의 김종철 평론인의 글에 따르면 이들은 국가의 중대사 결정을 위해 평범한 시민들끼리 모여 양쪽 전문가를 초청해 찬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시민들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시민 합의회의를 한다. 이를 통해 원전 도입에 대해 논의한 결과 그들은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전기를 풍부하게 쓰는 것이 인간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오랫동안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 “우리는 풍요로운 사회가 반드시 전력을 풍부하게 쓰는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자력은 장점이 있으나 위험하고 폐기물 처리가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에너지원을 개발하자. 모자라면 우리가 검소하게 살면 된다.”

그리고 이들은 자기들이 발표한 대로 현재 풍력 기술 세계 1등, 에너지 효율 기술 세계 1등, 태양광 기술은 세계 최고로, 세계의 자연친화적 발전을 주도해가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에너지를 절반으로 더 줄이는 것을 앞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 가동률이 세계 4위이고, 국토 면적당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이다. 또한 외채가 32조 원을 넘어섰고 매년 2조 원씩 빚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노후 원전을 해체하는 데에만 14조 원이 들고 방사능 폐기물 처리를 위해 모아놓은 7조 원 이상의 충당금 역시 발전소 짖는데 빌려줬기 때문이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그러나 2017년 새 정부는 탈원전을 선포했다. 비록 당장 가동을 중지시키지는 못했지만 원전 밀집지대 근처의 경주에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탈원전을 선언하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비추어볼 때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갑작스러운 공급 중단으로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대체할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현실적인 준비가 우선되어야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는 전문가만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이용하는 모든 이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겁이 많아서 그런지 안전에 유독 민감한 편이다. 아무리 장점이 뛰어나고 매력적이라 하더라도 리스크가 크다 싶으면 웬만하면 피하고자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후로 피폭이 걱정되어 일본 방문은커녕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극도로 자제하는 편이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원전사고가 한 번 터지면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큰 피해를 야기한다. 2008년 데생 악퇴르라는 예술가 동료들과 함께 체르노빌을 다녀온 엠마뉘엘 르파주가 그린 ‘체르노빌의 봄’이라는 책을 보면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된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체르노빌은 그가 방문한 2008년, 22년이 지난 그때, 그리고 그로부터 약 10년이란 시간이 더 흐른 지금까지도 인간이 갈 수 없는 금지된 땅이 되었다.

현대인들의 편리한 삶은 대부분 환경의 파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의 편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이 결여될 때 우리는 지금 미세먼지 문제와 같은 문제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예상치도 못했던 더 큰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

일례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그 영향력은 어마 무시하다. 미국 UC버클리대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지난 30년 간 연평균 기온이 5도가 오르는 동안 가뭄이 극심해져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 6만여 명이 농사를 위해 대출을 받았다 이를 갚지 못하고 빚에 허덕이다 자살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2014년까지는 자살 추산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15년에만 해도 1만 2602명이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크리라고 생각된다. 이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기온이 높아지는 한 계속 발생될 현재 진행형 문제이다. 연구팀은 2050년까지 인도의 연평균 기온은 3도가량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아델피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는 극단주의 단체들이 농사에 필요한 환경을 장악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며 테러리즘에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는 식량부족의 문제와 더불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에서 칼 세이건은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보며 거대한 우주에서 지구는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그는 ‘이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에 따르면 덴마크는 시민단체 회원수가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소리를 내기에 이런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 역시 가능하다. 거의 일 년 내내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한국 역시 에너지 정책뿐만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덴마크의 이웃나라인 스웨덴에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등교 거부를 한 16살의 그레타 툰베리라는 소녀가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 소녀는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1인 시위에서 시작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지난 1월 다보스에서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현재의 기후변화 대책에 우리가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행동하는 16살짜리 활동가 소녀를 보며 저렇게 어린 나이에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새삼 반성하게 되었다. 지구는 그녀만의 것이 아니라 나도 살아가는 곳인데 나는 내가 해야 할 몫을 다른 사람에게 내 대신해주십사 맡기고 있지 않았나 싶다.


우주탐사를 하고 과학기술이 개발되어 언젠가 지구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해도 지금 우리는 여기, 이 곳에 살고 있다. 우리의 생존에 우리 스스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같은 SF 영화를 보면 우주여행이 제 아무리 멋지다 해도 개인적으로는 웬만하면 우주로 떠나지 않고 내가 살던 곳인 지구에 붙어살고 싶다. 환경에 대해서는 전문가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틈 나는 대로 환경단체에 소액이라도 기부를 하며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비록 개인의 힘이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모두가 조금씩 노력한다면 많은 게 달라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구에 오래도록 건강하게 함께 머물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꿀벌들을 평소에 자주 볼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꿀벌과 함께 시청사의 옥상을 지키는 조각상들




참조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도 인류도 멸종할까 (서울신문, 2016.06.10)

기후변화로 '흉작' 목숨 끊는 농부들 (김보미, 경향신문, 2017.08.01)

원자력 발전을 넘어, 이제는 다른 길로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나눔 문화포럼 131차 포럼, 2013.09.17)

그레타 툰베리, 지구를 구하는 '등교 거부' [초록發光] 냉소 부르는 미세먼지 대책은 이제 그만 (홍덕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프레시안, 2019.03.08)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