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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한생글 Sep 14. 2023

서울, 그 속의 종로에 대하여

스무 살 여름이다. 서울에 처음 왔던 때는. 서울로 대학교를 간 친한 친구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이라는 도시가 설레기도 했지만, 겁이 많은 나는 온갖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라 무섭기도 했다. 지도를 보고 원하는 곳에 가는 법을 찾는 것부터, 지하철 타는 법까지 모두 친구에게 의지한 채 생전 처음 연극이라는 것을 보고, 유명하다는 카페도 가고, 대학가의 활기찬 분위기를 즐겼다.


그 당시 나에게 서울은 너무나 거대했고, 새로웠다.


그다음 서울에 대한 기억은 21살 노량진이었다. 꿈을 이루겠다며 친구 하숙집과 노량진 고시원에서 총 4개월 간의 수험기간을 거쳤다. 그 이후로는 고향에 내려가 공부를 했지만, 수험생들이 가장 모여있다는 노량진에서 공부를 시작한 것에 대한 자부심 비슷한 게 있었다. 기존의 것들과 단절하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그 당시 나에게 노량진은 꿈을 품었던 공간이었다.


23살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서울, 특히 종로에 몇 번 놀러 왔다. 한 번은 엄마와 할머니를 모시고, 또 한 번은 친구와 종로 곳곳을 관광했다. 삼청동, 인사동, 청계천, 대학로, 경복궁…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경험을 했다. 고향에선 보기 힘든 궁궐을 보고, 연극과 뮤지컬을 보고는 어느 거리보다도 한국적인 거리를 걸었다.


그 당시 나에게 서울은 즐거움의 도시였다.


25살부터 서울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마주한 서울은 새로웠다가, 어딜 가도 사람이 많아 갑갑했다가, 편히 쉴 곳이 조그마한 5평 원룸이어서 아쉬웠다가, 그래도 독립해서 혼자 삶을 꾸려간다는 마음에 자유로웠다. 여전히 직장은 광화문에 위치하지만 삶의 터전은 경기도로 옮겨왔다. 서울보다는 훨씬 한적하며, 길은 반듯반듯하고, 건물은 깨끗하다.


서울은 그렇게 나를 즐겁게, 때론 슬프게, 자유롭게, 때론 갑갑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늘 둘러싸여 있지만 오히려 더욱 외롭기도 했던 곳이다.


최근 공간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나에게 공간이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종로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서울, 그 중심의 종로는 8년째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이 있는 공간이며, 20대 초반의 설렘을 주다가 어느새 지루함을 주었고, 많은 웃음과 눈물이 함께 공존했던 공간이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종로를 조금 더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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