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1이닝 4 삼진이 가능하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적어도 야구를 좀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 사람은 '스트라이크 낫아웃'의 개념을 아마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고 투수가 낫아웃으로 출루를 허용한 이후에 삼진을 추가할 수 있다는 개념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1이닝에 최대 몇 개의 삼진까지 가능한 지도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1이닝 4 아웃은 가능한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따른다. 일단 일본 야구에서 기록적인 면으로 보았을 때 병살 타구를 처리하는 상황에서 1루수의 실책이 발생할 경우 실제 타자 주자는 살아있지만 기록상으로는 아웃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1이닝 4 아웃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 고교야구에서는 기록상이 아닌 실제로 1이닝 4 아웃이 발생한 적이 있다.
필자가 발간한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에 구체적인 사례를 적은 바 있는데 1982년 고시엔 대회에서
이미 3명이 아웃되었는데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경기가 진행되었고, 4번째 아웃을 잡은 투수는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손가락 4개를 표시하며 4 아웃까지 진행되었음을 나타낸 적이 있다. 이런 전대미문의 사건은 고시엔 심판과 판정 제도의 총제적인 문제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자질이 떨어지는 심판과 항의가 불가능한 특성이 결합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82년 고시엔으로부터 40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4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1이닝 8구 삼진이라는 기록이 나왔다. 웬만한 야구 마니아라도 8구 삼진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을 품을 것이다. 마치 4줄로 된 16개의 점을 직선 4번으로 모두 통과시키는 문제와도 같은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4줄로 된 16개의 점을 직선 4번으로 모두 통과하려면 첫 직선이 4번째 점을 넘어 밖으로 나가야만 가능하다. 발상의 전환이 이뤄 저 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이번 8구 삼진 또한 마찬 가지이다.
올해부터 마이너리그는 투수가 14초 이내에 공을 던지지 않으면 볼, 타자는 타이머가 9초 이상 남은 상황에서 타격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는 특별 규칙을 적용했다. 4월 16일 열린 보스턴 마이너팀과 필라델피아 마이너 팀 간 대결에서 8구 삼진이 나왔다. 첫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잡은 뒤에 2번째 타자가 원스트라이크에서 타격 지체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뒤 다음 공에 삼진을 당한 것이다. 세 번째 타자는 삼구 삼진, 이로써 1이닝 8구만에 3 타자 삼진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현지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자동 고의 사구 도입 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 건은 야구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그는 시간 단축을 위해 스트라이크 볼 규정을 계속 유지할 듯하다.
일본 고시엔에서의 1이닝 4 아웃이 심판의 오심이었다면, 미국 마이너리그의 1이닝 8구 삼진 3 기록을 미래의 야구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