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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Sep 15. 2022

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트레바리_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이즈미야 간지)


한창 일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다. 좋은 상담자가 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일상의 대부분을 관련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모임에 나가고 사람을 만났다. 내가 쏟아부을 수 있는 에너지와 열정의 많은 부분을 일에 할애했고,그럴 수 있는 내가 뿌듯했으며, 일을 통해 얻는 기쁨과 성장도 컸다.


 때는, 내 일이 의미가 있으면 내 삶도 의미가 있을거라 믿었었다. 물론 이제와서 그 때를 후회하는 건 아니다. 지금도 상담자라는 내 일은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고 여전히 나는 내 일이 의미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게 일에 몰두하던 어느 날인가 내 삶에서 일의 비중을 좀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상담자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나들을 찾고 싶은, 전체적인 내 삶이 좀 더 균형잡히고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그래서 다시금 이전에 좋아했지만 일에 우선순위가 밀려 못했던 것들을 시작했고 요즘은 일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책임감을 내려놓는데 점점 더 과감해진다. 그리고 일보다 삶은 더 포괄적이고 우위의 가치이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이 좋은 도구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로 의미를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믿음과 함께 일이 아닌 것들에서 즐거움과 행복 찾는데도 더욱 뻔뻔해지고 있다^^


이 책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찾는게 나를 찾는 것일 수 없고, 일은 자아찾의 과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삶의 의미는 그 너머에 있으며, 우리는 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진리를 찾아야하며 일하면서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야한다고 말한다.


그 논조에 상당히 동의한다. 하지만 그래서 일 따위가 아닌 어디서 나를 찾고, 어떻게 삶의 방향과 의미를 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이다운 자발성, 예술의 아름다움, 잘 놀 줄 아는 창의성, 베짱이의 지금 현재를 음미하는 태도 등 여러 제안을 하기는 하지만 잘 정리가 되어 와닿지는 않아 아쉽다.


어쩌면 그건 아마도, 이 책의 문제라기 보다는 삶의 의미라는 것은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추구의 과정 그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이고, 머리로 학습하고 지식으로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하는 영역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결국 일이 아닌 어디서 진정한 자신을 찾고 내가 나답게 살 것인지는 내가 내 삶에서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저자가 저자의 답을 찾아가고 있듯이, 나도 책 한 권 읽고 쉽게 진리를 깨우칠 생각을 하지 말고, 어렵고 고생스럽더라도 내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내 스스로 찾아야겠지.


마지막으로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말에 동의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일이 아무런 문제나 스트레스없이 진행되더라도 그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마음이 방황한다. 하지만 때로는 의미를 찾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해! 혹은 좋아하는 일을 찾기만 하면 행복해질거야! 같은. 마치 보석상자는 반드시 있고, 지금 어딘가에 숨어 있으니 나는 그걸 찾기만 하면 된다는.


그런데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몇몇이나, 자기주관이 아주 뚜렷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천직 같은 걸 갖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이게 정말 내 일이 맞나, 이 일이 의미가 있나, 를 의심하면서 근근이 하루하루 일하고 살아간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건 신기루같은 보물상자를 찾아 헤매느라 소중한 삶의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이 일상에서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능력이 아닐까?


떤 상황에서도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놓지 않고, 소소한 곳에서도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고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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