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호,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내 오랜 꿈은 작가다. 어린 시절부터 꽁꽁 숨겨 놓은 꿈이다. 아니, 꽁꽁 숨겨놓았다기보다는 의뭉스러운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며 ‘언젠가 내가 당신들을 깜짝 놀라게 줄 거야’라는 대담한 착각을 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가는 세월 막을 수 없다고 해마다 나이는 차곡차곡 먹었다. 더 이상 ‘어리거나 젊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는 ‘작가지망생’이다. 나는 왜 아직도 작가가 되지 못했을까? 그 의문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는 제목만 봐도 얼른 저자가 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머리말에서 그 의문을 풀어준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한다면 반드시 책을 써야 하는 세상은 올 것(5쪽)”이라고. 아니,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바야흐로 글쓰기의 르네상스 시대(6쪽)”가 왔고 “글쓰기의 일상화”가 이루어진 시대에 어떻게 하면 저자(‘작가’와 ‘저자’는 비슷한 의미 같지만, 다르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작가(作家)는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고 “저자(著者)는 글로 써서 책을 지어 낸 사람”이다. 근래의 나는 작가보다 저자가 되고 싶어서 이 책의 제목이 더 와닿았다.)가 될 수 있을지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글을 써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사람들 중에서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사람 20여 명”을 세 장에 걸쳐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글쓰기 비법 7가지”를 소개한다. 책을 써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분류하고 그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1장 “직업을 찾고자 한다면, 책을 쓰라”, 2장 “브랜드 가치를 키우려면, 책을 쓰라”, 3장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려면, 책을 쓰라”라고 권한다.
책을 읽으며 내가 왜 작가(혹은 저자)가 되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한 가지 길만 고집하고 있었다.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더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무엇보다 ‘좋은 글’이라는 기준이 내 시야 안에 갇힌 추상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통렬하게 반성했다.
글은 내 생각을 계속 파고드는 과정에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넓은 시야로 세상과 교류할 때 나오는 것임도 가르쳐 주었다. 글은 서평에서도, 블로그마케팅에서도, 역사에서도, 시간강사라는 경험 속에서도 나온다.
글은 누구나 써야 하며 삶을 살아내는 어떤 과정 속에서도 쓸 수 있다. 무엇보다 글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려면” 필요하다. 글을 계속 쓴다면, 은퇴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고 남편의 죽음도 이겨낼 수 있으며 처절한 삶의 고통을 겪고도 일어설 수 있다. 오히려 (공립) 학교 밖이 글쓰기에 더 적합한 환경이 될 수도 있으며 남들처럼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삶을 ‘자기 언어화’하는 과정(162쪽)”을 체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마지막 장에 제시된 7가지 방법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삶을 트리밍 하고, 말을 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팩트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임팩트 있는 짧은 글이 오히려 지금의 시대에는 더 적합함도 인정해야 한다. 자기만의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편집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은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며 늘 진화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서평 쓰기로 시작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모두 오른쪽으로 가면 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작가(혹은 저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 방법’만 고집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 책은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추되, 나만의 보폭으로 걷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반항보다 중요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므로 (나를 포함한)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책 안에 있지만, 글을 쓸 때는 책 안에서 벗어나는 안목을 갖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