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성만이 무기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부제처럼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이다. 즉 성인들에게 독서로 혼자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여기서의 공부도 성공이나 소위 '증'을 위한 공부가 아니며 나를 성장시키는 공부를 말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천재가 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책도 아니다. 자기 계발서와는 가장 거리가 먼 공부법을 말하는 책이다.
문체는 쉽고 분명하고 단호하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저자답게 헤세가 가진 단호함도 닮았다. 단호하고 분명한 글이 부담스러운 독자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근거가 없는 단호함은 아니다. 작가가 자신의 주장에 자신이 있을 만큼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책 역시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작가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짚는다.
"어떤 경우라도 그 책의 논리가 전부 옳을 수는 없다. 어느 책 한 권의 전체 내용이 모두 옳거나 또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리를 말하는 경우도 결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책 역시 모든 게 정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책에 있는 내용은 항상 가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는 진리에 대한 근사치일 뿐이다. 이는 이 세상에서 개념과 똑같은 정확한 원을 그릴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책을 읽을 때 옳은가, 옳지 않은가 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 봐야 의미가 없다. 그런 기준 말고 이 책이 자신에게 흥미진진한가, 아닌가 혹은 뭔가 새로운 사고방식의 지평을 열어 줄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개인적인 감성이나 가치관을 중시해야 한다."(128쪽)
그럼에도 독서를 잘하는 방법을 이 책처럼 분명하게 알려주는 책을 만나긴 쉽지 않다. 만약 그 방법을 몇 줄로 요약되는 "비결"로 오해한다면 저자는 화를 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만연한 어떤 비결을 운운하는 서적은 대부분 허무주의를 은밀하게 퍼뜨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비결대로 행동하는 자기 자신도 어느새 하나의 도구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94쪽)
저자가 말하는 방법은 "일본에서 산다면 일본어를 모르면 안 된다"(87쪽)는 것부터 시작하는 근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적용시키면 한국어를 모르면 안 된다가 되겠다. 단지 한국어를 말하고 듣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의 어법과 문법, 어휘에 능숙한 수준을 말한다. 성인으로서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국어 실력부터 키워야 한다.
방법은 "정상적인 수준의 책 속"(88쪽)에 있으니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향상이 될 수 있다. 동어 반복 같은 이 이야기는 단지 동어 반복은 아니다. 좋은 책을 골라서 정독하는 가운데 올바른 독해가 가능하니 계속 정독하는 과정을 통해 제대로 된 공부로 나아가라는 의미다.
제대로 공부해야만 '정답이 있다고 착각하는' 사회의 흐름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식대로 사유를 할 수 있다. 그런 공부는 오래 걸리고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과정은 "비결도 없고, 목표도 없이 홀로 어둠 속을 걷는 과정"이며 "헛된 노력이나 낭비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행위"다. 대신 "과거의 자신을 크게 뛰어넘어 새로운 자신을 만들 수 있"(100쪽)다.
이 책은 "독서의 목적은 나 자신을 아는 것"(141쪽)이라 말하고 "상식과 고정관념으로 만든 기성의 주물을 뛰어넘어 밖으로 나와 자신의 감성과 능력으로 터벅터벅 자유롭게 공부하는 것"(194쪽)을 주장한다. 이런 공부를 원하는 분들께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