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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달 Jan 14. 2020

허를 찌르는 상처가 되는 말

그럴수록 더 강해지기

 


 나의 첫 직장은 나름 큰 곳이었다.

우리나라 업계에 top 5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름 말하면 알만한 곳이긴 했다.

 첫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야생이었다.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은 그냥 글자일 뿐 실전은 너무나 냉정하고 여지가 없는 곳이었다. 그런 곳이 사회였다.



 수습기간을 거쳐 정식 발령을 받고 배치된 순간 신입직원을 보는 시선은 너무나 화살 같았다. 그 당시 내가 경직되어있고 너무나 두려움에 가득 차서 그리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보지만 그건 미화하고 싶은 내 마음 한편의 트라우마였다. 사실 그때 당시를 미화해서 기억하고 싶은 나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회사라는 정글에 첫 발을 내디딘 나는 그야말로 걸음마하는 돌쟁이 아기였다. 인간관계, 업무능력, 말주변 어느 하나 갖추지 못했던 나는 적응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회사 생활하기 전에 이런 것들 좀 배워둘걸 왜 이런 게 중요하다는 걸 몰랐을까 하는 자책을 하며 지냈다.


  회사에서의 나와 퇴근해서의 나는 다른 사람 같았다. 출근해서 일하는 나라는 사람은 으르렁거리는 호랑이 같았고 퇴근해서의 나는 말없고 느린 코알라 같았다. 그 둘 사이의 괴리감은 항상 나를 괴롭혔고 나 자신을 부정하기도 했다. 나는 사회생활이 잘 안 맞는 사람이라고 단정을 짓기도 했고 커리어나 스펙은 다 필요 없고 나를 괴롭히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결정 내리기는 어려웠다. 당장 나는 월세와 핸드폰 비용과 생활비를 해결했어야 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었고 우리 집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웠다. (사실 집이 지방이라 집을 얻었어야 했다. 하지만 집을 부모님이 얻어주시기에는 역부족이라 최대한 스스로 해결을 했다.)


 그렇게 생계와 맞물린 회사생활은 3년간 계속되었다. 출근하기 전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얼마나 혼나게 될지 불안함과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10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는 끅끅 올라오는 울음을 겨우 참고 자취방에 들어와서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꺽꺽 대며 운 적도 많았다. 그때는 왜 그리 힘들었을까, 왜 그리 서러웠을까.. 

 참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일단 나는 3년이란 시간을 버텼다. 그 시간 동안 1년 정도만 아주 힘들었고 그다음 1년은 그나마 좀 나았고 그다음 1년은 좀 더 나아지긴 했다. 인간은 역시 습관의 동물인지 그 정글에서도 익숙해졌던 것 같다.



 나는 지금 좀 더 작은 규모에서 살짝 다른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어제는 함께 입사했던 친구 둘을 만나게 되었다. 그중 한 명은 그 정글에서 계속 살아남아 지금 그 부서에서는 이인자에 올라앉은 친구였고, 한 친구는 나보다도 일찍 정글을 탈출하고 육아를 하다가 작은 규모의 정글로 다시 도전을 한 친구였다.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는데 세월이 흘렀는지 전처럼 동감대는 크게 없었다. 그렇지만 힘들었던 그 시절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얘기가 재미있기는 했다.


 "야, 너 그때 진짜 까칠했었어. 지금 왜 이렇게 유해졌냐?"


 아... 내가 그때 까칠했었구나.. 그리고 지금 유해졌구나.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때 나를 지키려고 가시 돋친 채로 지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나에게는 최선의 방어책이었다고 믿고 싶다. 씁쓸하면서도 나 자신이 대견해졌다. 그런 것들 다 견디고 나는 단단해졌고 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야, 밥은 내가 살게. 너네 거지잖아."


 큰 정글에서 살아남은 친구는 내가 못 본 사이 거친 표정과 거친 말투 자체가 되어 있었다. 나도 전에 같이 저렇게 대화했을 텐데. 그리고 사실 다른 직종에 있는 나보다 그 친구들이 잘 버는 것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거지가 아니다. 그 앞에서 웃어넘기지 말껄하는 생각이 다음날 아침까지도 든다. 난 아직 나 자신에 욕심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더 큰 정글로 들어가서 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라고!!!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사라졌다. 그래도 나는 가시 돋친 사람은 이제 아니잖아라고 위로해 본다. 나에게 맞지 않는 곳이었을 뿐 나는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나에게 최선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를 위한 생각이라고도 믿는다.


 하루하루 더 마음을 유하게 쓰고 부드럽게 말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되 이기적임을 버리지 말 것.

나는 그 정글을 나와서 아직도 배우고 있구나 싶다. 그리고 그 정글을 겪어봄으로 인해서 나의 삶을 더 아끼고 사랑하고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고 깨달았으니 그 정글 또한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오늘도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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