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자발성, 자기 주도적 패턴
이 회사는 사람들이 의견을 잘 내지 않는다. 물론 회사 윗사람의 앞에서 어떤 의견을 내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그리고 의견을 내더라도 어떠한 작은 일도 떠안지 않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몰랐으나 그 이유를 점점 알게 되었다. 의견을 내면 그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게 되는 구조이다. 작은 규모이다 보니 업무분장이 있기는 하나 아주 명확히 딱 그일만하는 것이 아니라 연관이 없는 일도 엉뚱한 부서가 맡아서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처음에는 입술 앞까지 나오는 의견을 말하려고 몇 번이나 했으나 분위기 보느라 참았고 이제는 의견을 내면 그게 나의 일이 될까 봐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이 조직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가고 있구나 싶다.
동료의 업무를 돕거나 신입사원이 적응하도록 도와주거나 추가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자진해서 나서는 행동 [ '확신의 덫' 내용 中]
누구나 자진해서 어떤 일에 나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들것이다. 스스로 나서려면 자신감도 필요하며 확신도 있고 '기꺼이'라는 단어가 가슴속에 있는 뼛속까지 충성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누가 일을 만들어서 하려고 하느냐며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기업 시민의식이란 회사에 대한 충성심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나 자신이 나의 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러나오는 태도인 것 같다. 물론 이런 말을 들으면 '직장 내 어르신' 즉 '꼰대'라는 말을 분명 들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런 맥락의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업무나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어떻게 대하느냐의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하는 업무라는 관점에서 내가 하는 일이라는 관점으로 전환을 하여 '나'를 포커스로 바라보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 내가 하던 업무 외의 것이나 또 다른 프로젝트 시 나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잡무를 나에게 맡기려고 한다거나 다들 하기 싫어하니 만만한 나에게 주는구나라는 식의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나는 직급도 낮고 월급도 적으니 더 많이 받고 직급 높은 사람들이 더 일을 많이 해야지 왜 그걸 나에게 주느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무분별하게 무능력한 상사라면 만만하고 할 만한 사람에게 일을 몰리게 줄지도 모른다. 여전히 그런 상사는 많고 그런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직장 내 개미는 많을 것이다.
사실 회사에서 그게 쉽지가 않더라. 내가 하기 싫다고 '제 일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 주관 확실히 밝히고 주어진 일만 하는 현명한 직장인도 있겠지만 나는 적당히, 그 어느 중간지점의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튀지도 않고 자기 주관이 확실하지도 않지만 적당히 일하며 적당히 나서고 빼기도 하고..
그냥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아직 내가 아는 회사의 대부분은 직무기술서에 적힌 일만 시키고 , 그 외 적인 일을 거부할 시 '자네 직무기술서에 없는 줄 몰랐네, 미안하군.'이라고 하는 상사는 없다.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런 상사에게는 죄송한 말을 전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내가 할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가 할 일이 되었다. 너무 많은 업무를 떠안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넘치지 않을 정도는 적당히 떠안게 되더라. 현재도 여러 가지 잡무나 외적인 것이 넘어오고 있다. 그 외적이라는 범위는 사실 내가 정해놓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주는 분은 나의 외적인 업무가 아니라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주실 지도....
예전과 내가 달라진 부분은 추가적인 그런 일들에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 회사에 정이 든 것도 있고 사람들에게 정이 들어서 그 조직문화에 애증이 생겨서 기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게 된다. 그리고 어떠한 안건이 떠오를 때 내가 봐도 할 사람이 없고, 그 업무와 연관된 부서가 나라면 슬그머니 내가 하게 된다. 나 스스로 기업 시민의식이 좀 생긴 사람이라는 생각에 대견하기도 하고, 미련한가 라는 의문도 가져본다.
하지만 난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자신감은 있구나라는 약간의 자만심도 가져본다. 내공은 쌓이기 마련이고, 시간이 약일 때가 많아지고, 힘든 일에 무뎌지나 보다 싶다.
나 스스로 어깨 쓰다듬으며 많이 컸다 잘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라고 토닥토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