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말하면 들어본 적은 있는 큰 기업의 계열사 같은 뭐 그런 병원이 첫 직장이었습니다.
그때 싸이월드 한창 했었는데 제가 싸이월드에 첫 직장에 대한 자부심(?) 뭐 그런 글을 썼더군요. 저는 사실 그때 포부가 꽤 컸었습니다. 나름 그렇게 큰 포부를 가졌었는데 첫 직장은 3년을 다니고 퇴사를 했습니다.
사실 퇴사 생각을 한건 입사하고 3개월 정도 됐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아 세상에 돈 버는 게 이런 정글이구나하는 좌절감 같은 게 들었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뭉개져서 짓눌린 상태에서 악소리 내려고 아등바등 살아가야 게 사회생활이었구나 하는 직장인들에 대한 경의와 미래에 대한 좌절감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렇게 좌절감이 들었는데도 3년을 다닌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월세를 구해서 살고 있었는데 월세를 매달 내야 했거든요. 당장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하기에도 다 똑같을 것 같고 또 그나마 이름이 있는 곳에 입사를 했다고 부모님이 되게 좋아하셨습니다. 엄마는 동네에 한 번씩 자랑도 한다고 하니 거기를 관두는 게 너무 불효 같았습니다.
출근 전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생각만 해도 손에 땀이 나고 초긴장 상태였어요. 정말 1년 가까이 그렇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긴장상태에서 장시간 지내다 보니 정신적으로 아주 나약해지더라고요.
헐뜯니즘, 개눈치즘, 뼈삭니즘으로 보낸 시간이 딱 3년. 첫 직장이 3년이지 사실 이직을 7번 정도 했나 봅니다. 3년을 지난 이후로는 거의 1년 정도로 이직을 했습니다. 중간에 사정은 있었습니다. 출산으로 인한 휴가도 있었으니까요.
전에는 퇴사하고 다시 이직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리 긍정적인 시선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똑같습니다. 진득하게 한 직장에 오랫동안 다니는 것이 미덕인 사회이니까요.
사실 사람을 견디기 힘들어서, 일이 너무나 버거워서 등등의 이유들로 이직을 한 적도 있지만 그런 이유로 퇴사 후 자괴감에 빠지고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에 대한 절망감으로 지낸 적도 많았습니다.
저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잘살고 있습니다. 생각도 많아졌고 퇴사 때마다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항상 나쁘게 퇴사한 것도 아니고 좋게 퇴사해서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왜 퇴사하는 걸 부정적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그런 사람들은 아주아주 옛날에도 있었고 계속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힘들고 안 힘들고는 개인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대기업을 다니고 있어도 나 자신이 백수만도 못한 삶을 산다고 느낄 정도로 견디기 힘들다면 과연 그 대기업이 주는 주변의 시선과 다른 이득이 나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가.
(그렇다고 백수비하는 아닙니다.)
수명 단축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견디고 있는 삶이 나에게 무슨 이득을 주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심각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 3년을 견디고 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다르게 살면서 그 시간을 좀 더 불안하지 않게 불행하지 않게 지낼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은 마음의 내공이 그 시절에 생길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래도 적어도 그냥 그러려니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돈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먹고사니즘에 빠져서 월급이라는 마약에 빠져서 그냥저냥 이대로 어떻게 버텨보자라는 생각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뭐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 뼈가 삭는 느낌, 수명 단축을 느낀다면 환경을 바꾸거나 마음을 바꾸거나.
마음의 스위치를 끄는 능력이 있어서 직장은 직장, 내 삶은 내 삶이라면 그냥저냥 지내보는 것도.
30대 중반을 달리는 저는 생각보다 인생이 길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오늘을 행복하기 위해 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