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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달 Jan 31. 2020

글쎄요, 저는 괜찮지는 않았어요

직장에서 끄적임

 

 공교롭게도 내가 처음으로 다녔던 직장에 사촌동생이 입사하게 되었다.

나는 3년을 치열하게 그 시절을 보내왔고 그 동생 역시 치열하게 보내고 어느덧 선임이 되었다더라.


 지방에 계신 엄마에게 건 전화는 오래간만에 그 사촌동생의 엄마인 이모와 통하도 하게 만들어줬다.

"ㅇㅇ이는 아주 잘 지내고 잘 다니고 있어 호호~"


아 그렇군요.

이모랑 엄마는 서로 자기 자식이 잘났다고 말장난을 하며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했다.

나는 이미 그 회사를 나왔지만 나보다 오래 다니고 있는 사촌 동생이라..

거기에 맞나 보다 싶었을 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모의 말은 조금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아마 나와 이모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나는 실패했고 내 자식은 성공했다는 그 지울 수 없는 말투의 뉘앙스.

아마 그래서 내가 이모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요. 저 거기 퇴사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깽판 치고 나왔어요. 그 힘든 걸 견디지 못했어요. 사실 그때 얘기를 하게 되면 마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때의 감정이 생각나면서 기분이 가라앉고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든다.

 적어도 그곳은 나에게 그런 곳이었나 보다.


내가 포기한 거지 내가 실패한 게 아니랍니다.

나는 나를 위해서, 내가 살려고 나 자신을 선택한 거랍니다.

어떤 마음가짐, 어떤 시선이 중요한 것이지 결과를 두고 실패, 성공을 논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판단인 것 같다.


 그냥 던진 그 말들은 나는 괜찮지 않다.

그냥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때 괜찮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괜찮으니 나는 나를 다독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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