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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달 Aug 06. 2021

일상이라는 쳇바퀴를 모험으로 만드는 일

바쁜 워킹맘과 더 바쁜 7살의 모험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화장하고

오늘  입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후다닥 옷을 챙겨 입습니다.

딸아이 깨워서 옷 입히고 아침 간단히 먹입니다.

그럴 동안 어린이집 가방에 손수건을 넣고 

지퍼를 잠급니다.


잠이 덜 깬 7살 아이를 등에 업고

거실로 옮겨요.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양볼을 비벼줍니다.

슬쩍 웃는 얼굴이 너무 귀엽습니다.

목이 멜까 봐 물 한잔을 앞에 먼저 놓아주고

아침거리를 그 옆에 둡니다.

좋아하는 만화책을 펼치고는 앞에 놓아둔 

아침거리를 먹어요.

그동안 저는 간단한 집안 정리와

설거지거리들을 정리합니다.


9시가 다되어갈수록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져요.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거든요.

나가려고 할 때 딸아이가 똥이 마렵다고 한다거나

갑자기 토라져서 뒤돌아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가방에 있어야  핸드폰과 지갑을 다른데 

두고 찾지 못한다거나.


9시 15분에 나가면 그런 과정들 없이

바로 어린이집 버스를 타야 하기에

9시부터 화장실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거나

어린이집 가방을 들었나 내려놨다를 합니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질문이 많고 행동이 굼뜬 딸아이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조급한 마음이 불쑥 먼저 나왔습니다.

발목이  양말을 신고는 발목 쪽을 접으면서 

미적거리고 있길래

빨리 나오라며 한번 다그쳤습니다.

그리고 신발을 신고 있는데 접은 양말을 보고는

덧신이 신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덧신이 뭐야?"

하며 신발을 신지 않고 

신발만 만지막거리고 앉아있습니다.

또 한 번 신발을 얼른 신으라고 다그쳤습니다.


그 다그침이 끝남과 동시에 작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부드럽게 말해줄걸.

덧신이 무엇인지 신발 신고 말해주겠다고 할걸.

이렇게 후회할 거 애초에 잘할걸.


사실 몇 분 늦는다고 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린이집 버스가 조금 더 기다려준다거나

버스가 떠나버리면 택시를 타고 어린이집에 가면 됩니다.

그리고 회사에 조금 늦은 저는 뻔한 변명 한마디 하며 

사과를 하면 됩니다.

사실 이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번거롭고 하기 싫을 뿐.


일상이 쌓여서 나의 시간이 되고 내 인생이 됩니다.

내 딸아이의 일상이 쌓여서 그 아이의 인생이 되겠죠.

이 아이의 어린 시절 인생에는

날카롭고 뾰족한 기억보다는

부드럽고 은은하고 따뜻한 기억이 많이 남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려니

워킹맘인 저는 매일 모험을 떠나야 하죠.

모험은 무섭고 두렵기도 하고 기분이 나쁜 모험도 있지만

이왕이면 재미있고 흥미로운 모험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미적거려도

조금 더 기다려주는 모험.

회사에 지각할 수도 있지만

버스가 더 빨리 올지도 모르는 모험.

오늘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출근하면서 그런 생각 지우고 웹툰을 보는 모험.


짜여진 생활과 저의 머릿속은 틀을 벗어나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이 많습니다.

해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몸을 여러 개로 갈라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험을 떠나보자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그런 생각들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습니다.


매일 결심하지만 다시 돌아가는 결심이지만.

모험은 매일 계속됩니다.

그리고 딸아이와 모험을 떠날 겁니다.

제 인생에 흥미로운 모험들이 쌓여서

뾰족한 기억보다는 웃음 나는 

재미있는 기억들로 만들어진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모험들 해보시겠어요?

생각보다는 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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