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달 Feb 23. 2022

우리 집 8살의 유치원 졸업식

삶의 조각

 


 어릴  졸업식 기억이 난다. 운동장에 부모님들이 이곳저곳에서 걸어 들어오고 졸업반 아이들은  어른이라도   어깨가 늠름해 보이게 저학년들 사이에서 돋보였다. 끝과 시작의 미묘한 지점이었다.  다른 세계는 어떨까.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었다.


 유치원 졸업식은 사실  기억은  나지만 입학식  교실에 앉아있던 생경함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아래위 세트로  빨간색 체육복을 입고 짧은 단발머리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제일 일찍 교실에 앉아있었다.  멀리 엄마가 앉아있는 나를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담임 선생님은 굵은 파마머리에 치마를 입고 있었고 무뚝뚝하고 무서운 표정이었다. 모든  낯설고 새로워서 두려움이  컸던 그런 날이었다.

 

 오늘 우리 집의 8살도 유치원 졸업을 한다. 졸업하기 전날  눈시울을 붉히며 아쉽고 섭섭함을 배웠다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서 말해줬다.

"정이 많이 들었구나."

"정들었다는 게 무슨 뜻이야?"

한 번씩 허를 찌르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서 머릿속에서 뜻을 찾느라 퍼즐 조각을 맞춘 후 대답을 해줘야 할 때가 있다. 정이 들었다는 건 뭘까. 뜬금없이 그 말이 참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함께 있어서 익숙하고 좋아졌다는 느낌일까, 마음을 나누어서 떨어지기 싫은 마음일까. 이것 말고도 정이 들었다는 건 어떤 말로도 표현해도 그 말이 맞을 것만 같았다. 헤어질 생각을 하니까 눈물부터 난다는 우리 집 8살은 훌쩍훌쩍 크면서 마음도 이렇게 커가고 있었다.

 

 자기  졸업식 생각에 잠이  온다고 하길래 한참을 다독여주고 엄마의 어린 시절 졸업식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섭섭해져서 잠이 달아나는지 내일이 졸업식이 아니라고 생각할 거라고 말한다. 귀엽다. 초등학생이 되는  그렇게 기다리더니  섭섭함을 주체하기는 쉽지 않은 거겠지.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일 게다.

 

 8살의 붉어진 눈을 보자니 내가  눈물이 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빛나는 7살을 졸업시켜줘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기특하면서도 애틋하고  그립다.  세계적인 감염병은  추억이 무색하게도 정을 나눌 기회를 주지 않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인  같다. 오늘은 친구들과 힘껏 오전 시간을 즐기고 웃고 떠들고 졸업식을 하게 되면 섭섭해서 눈물을 흘릴 것이다. 엄마가   꽃을 받아 들고 붉은 눈으로 함박웃음을 지을 것이다.

기특하고 예쁘다.

살아간다는  만나고 헤어지고 느끼고 깨닫고 울고 웃고의 반복인  같다. 오늘의 졸업식은 너와 나의 기억 한켠에 필름처럼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언제든 꺼내서 보자. 언제든 꺼내서 얘기하자. 그리워하고 즐거워하고 애틋해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계산하지 않는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