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의 거미줄"
무녀리로 작게 태어나 죽임을 당할뻔한 돼지 윌버는 펀의 관심과 사랑으로 위기를 피한다. 다른 동물들이 모여 있는 농장 생활에서 아기 돼지, 윌버는 많이 외로웠다. 친구가 있다는 것..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하지만 거위들도, 새끼 양도, 템플턴도 윌버에게 관심이 없었다. 외롭고 어두운 밤,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기적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문안이오!” 라는 인사.. 바로 문간 구석 위에서 손을 흔드는 작은 거미 샬롯이었다!
샬롯은 자신의 삶에서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윌버를 돕고 그의 친구가 되어준다.
베이컨과 햄이 될 위기에서 구해주고 윌버가 안락하게 농장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윌버를 위한 기적 같은 단어들을 선사하는 과정은 우정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눈부신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샬롯이 거미줄로 짠 그 단어들은 윌버를 정말 그 단어처럼 이끌었고 샬롯의 삶은 윌버를 구함으로서 그저 덫을 놓고 파리를 잡아먹는 삶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삶으로 기꺼이 승격시켜 주었다.
***어느 날은 백 명도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윌버의 마당에 서서 윌버를 칭찬했다. 샬롯이 ‘눈부신’이라는 단어를 써 놓았고 윌버가 황금빛 햇살을 받으며 서 있어서 정말로 눈부셔 보였다. 샬롯과 친구가 된 이후로 윌버는 자신의 평판에 걸맞게 살려고 최선을 다해왔다. 샬롯의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라고 쓰였을 때는 대단한 돼지처럼 보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샬롯의 거미줄에 ‘근사해’라고 쓰였을 때는 근사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샬롯이 남기고 간 514개의 알을 지켜내고 그 알들의 대부분이 거미줄로 만든 풍선을 이용해서 기구 조종사처럼 훌쩍 바람을 타고 떠나는 부분은 다행히 끝이 아니었다. 샬롯이 있던 곳에 남은 샬롯의 세 딸들.. 조이, 에이라니아, 넬리.. 아마 그들은 샬롯의 자리를 대신할 순 없을지라도 윌버의 또다른 좋은 친구가 될 것이고 윌버도 샬롯의 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진실한 친구, 우정이라는 가슴 뿌듯한 가치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에서 서로를 구원해줄,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장이 된다.
무엇보다 말의 힘이랄까.. 누군가 내게 건네준 말들은 진짜로 내가 되기도 한다는 것... 이번주 동화책 읽기 모임에서 읽은 ‘샬롯의 거미줄’로 오월의 마지막 금요일, 모임 멤버 셋이서 햇빛 좋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브런치를 즐기며 꼬박 세 시간을 빈틈없이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각자 만든 질문을 공유하고,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각 캐릭터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는 동안 대화는 점점 풍성해져갔다.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책 친구들이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마음을 충만하게 해주는지 모르겠다. 책으로 다져진 유대감 덕분에 오래 만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어도 서로 건네는 말은 삶을 살아가는데 참조할 좋은 나침반이 되어준다. 마음을 꽉 채워 돌아온 날,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