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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 Jul 18. 2022

새들의 낙원 _ 좋아하는 마음은 오래갑니다.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지식 그림책은 주제에 대한 여러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라면 조금 수월하게 관심을 열게 되는 장점이 있다. 나에겐 작년에 만난 “그랜드 캐니언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협곡”이 그랬고 이번에 읽은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가 그랬다.



꾸룩새 연구소



이 책은 어렸을 적부터 새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정다미 박사님의 꾸룩새 연구소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망원경을 들고 새를 관찰하며 스크랩북과 버드 박스를 만든 그녀에게 자연은 얼마나 신기하고 거대한 교과서였을까. 


꾸룩새는 정다미 박사가 특히나 좋아했던 올빼밋과 새들에게 직접 지어준 별명이다. 이빨이 없는 새들은 소화시키지 못한 동물 뼈나 털등이 모래 주머니에 모여 덩어리로 뭉쳐지는데 그걸 펠릿이라 하고 실뭉치처럼 생긴 펠릿을 먹이 활동 후 시간이 지나 토해 낸다고 한다. 따라서 펠릿을 분해하면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꾸룩새 연구소의 물의 정원, 곤충 호텔은 물론 숲을 탐험하며 만난 여러 새들도 책에서 볼 수 있다. 


바위산 위의 꾸룩이를 만나 관찰 기록장을 쓰는 과정, 펠릿을 분해하는 방법까지 내게도 모르던 세계 하나가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런데, 언제든 놀러 오라고? 마지막 장에 소개된 블로그와 인스타를 보며 위치를 찾아보니 꾸룩새 연구소는 우리집에서 20분 거리였고 일요일 아침 나는 망설임 없이 오픈 시간만 확인하고 아이와 그곳을 찾아갔다. 혹시 정다미 박사님이 있지 않을까 사인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 책을 챙겨갔는데 박사님은 현재 논문 준비로 너무 바빠서 박사님의 동료이자 꾸룩새 연구소의 부소장님이신 박사님의 어머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알고 보니 숲 탐방과 펠릿 분해하는 것을 3시간 정도 예약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예약 없이 온 방문객도 흔쾌히 오전 프로그램에 넣어 주셔서 바로 참여할 수 있었다. 연구소 앞은 산 속의 숲을 떼어 놓은 것처럼 빈 틈 없이 풍성하게 가꾸어져 있었는데 지나가던 새들이 지나칠 수 없도록 맛있는 열매와 깨끗한 물, 진한 초록과 흙 향이 가득한 곳이었다.


새를 사랑하는 아이의 눈은 누구보다 그것을 지지하고 깊이 호응해준 동료 같은 어머님이 곁에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고 섬세하게 길러졌을 터이다. 부소장님이 아이들과 대화하며 프로그램을 이끄시는 모습 만으로도 감탄이 나왔다. 천천히 묻고 귀 기울여 주시며 연구소 숲에서 일어나는 여러 자연의 일들을 설명해 주시는데 뒤에서 한 발자욱 떨어져 쫓아다닌 나도 흠뻑 빠진 시간이었다. 아이는 펠릿 분해를 하며 발견한 집쥐와 조류의 뼈들을 맞추며 새박사님이 되는 경험을 했고 유리창 충돌로 죽은 새의 깃털을 만져 보기도 했다. 한 해에 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들이 3억 5천 마리 이상이라니 인간이 세우는 높은 유리 빌딩들은 새들에게 너무 치명적인 덫이다. 과연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는 이제 아이들의 숙제가 되는 걸까.



정다미 박사님 _ 어린 시절에 본 조류 도감  /  펠릿 분해 체험.

연구소의 너덜너덜해진 정다미 박사님의 도감을 보며 거스를 수 없는 자연처럼, 사람의 일도 그런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특별한 행운은 열정을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평범한 일일지도. 계절이 바뀐 또 다른 색의 꾸룩새 연구소를 한번 더 방문하고 싶다. 여전히 많은 새와 곤충, 벌레들의 지나칠 수 없는 핫플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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