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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 Jul 23. 2022

내가 좋아하는 말

감사합니다 * 주리 (做 理) * 그림책 톡톡

이전에 살던 곳은 거실에서 멀리 북한산 자락이 보이고 작은 숲이 옆에 있어 사시사철 문만 열고 나가면 바로 산책길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숲은 그 집을 선택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삼년 반동안의 모든 계절을 아이와 걸었다. 이사가 결정되고 늘 따뜻했던 주변 분들에게 인사하고 싶어 몇분께 연락을 드렸었다. 윗 집 마리아 언니는 세례를 받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서로 잘 알지 못하다가 뒤늦게 관심사도 같고 통하는 부분이 있어 얘기를 많이 나누던 차였다.


나는 언니의 집에 가득 꽂혀 있는 그림책에 깜짝 놀랐는데 당시 중, 고등학생이던 자녀 둘이 쉬고 싶을 때면 어릴 적에 본 그림책을 꺼내 본다는 이야기, 또 언니 자신도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너무 반갑고 마냥 좋았다. 그리고 몇 권의 그림책을 꺼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웃분들과의 마지막 런치 후 다과 시간에 좋아하는 그림책을 한권씩 가져와 읽어드리기로 했었다. 그리하여 언니는 ‘백만번 산 고양이’를, 나는 ‘문제가 생겼어요!’와 ‘삶’을 읽어드렸던 2019년 시월의 마지막 날. 언니는 아들의 작아진 티셔츠로 고양이 인형을 만들어 선물로 주었는데 얼마나 작고 보드라운지 받자마자 아이에게 뺏기긴 했지만 우리는 그 고양이에게 ‘루나’라는 이름을 주고 자전거를 탈 때 물병 넣는 곳에 끼워 태우기도 했다. 코로나로 자주 보진 못했지만 몇 차례 만나고 연락을 주고 받다가 지난달 미메시스 미술관에서 만날때 언니가 성당 어르신들을 위한 그림책 수업을 같이 준비 해보는게 어떤지 제안을 했다. 만나면 서로 좋아하는 그림책 이야기로 행복했는데 그림책으로 함께 수업을 한다니 나는 기꺼이 반갑게 응답했다 ^^




그리하여 지난주 각 수업별 봉사자분들과 만나 점심과 티타임을 하고 언니랑 어떤 책으로 어떻게 수업을 할지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수업 이름은 "그림책 톡톡"이다. 그림책 Talk Talk ♡

2년 가까이 도서관에서 그림책 수업 봉사를 했을 때에는 유치원부터 초등 저학년들이었고 꿈숲 그림책 교실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유치원, 초등 친구들이다. 어르신들은 처음이지만 내 이웃이고 가족이라 생각하면 크게 어려워할 부분은 아니다. 노인 대학에서 처음 생긴 수업이고 어르신들이 생소하게 느끼실 터라 얼마나 신청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삶의 후반기에서 삶을 다시 조망하고 놓쳤던 것들, 귀한 지혜, 소중했던 시간을 돌아보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림책이 길을 내주는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기에 이야기의 흐름에 기대어야겠지. 의미있는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세례명이 이름인 나는 한자를 갖고 있지 않아 늘 그게 조금 허전했었다. 온라인 세상에서 쓰는 내 이름엔 한자를 넣었는데 “짓다, 만들다 주 做 + 깨달을 리 理” 이다.

무엇을 짓고 만들고 싶었을까? 어떤 깨달음을 얻고 싶었을까? 자주 길을 잃기도 하고 헤매며 매일 배움 속에 있지만 조금씩 글을 쓰고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 현명하고 마음이 밝은 여신이 있다면 괜시리 내 게으름이 탄로날까 초조해지지만 그래도 천천히 길을 걸으며 손을 모으는 수 밖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되뇌이게 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정말 감사할 일이 늘 생긴다! 지난번 남편 수술때 ‘건강 검진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되뇌었는데 오늘 조직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다는 얘기를 들은 것 처럼 미리 감사하니 감사의 내용들이 내게 온다.

이번 그림책 수업은 9 중순에 시작하여 기간이 대략 12주가  것이기에 가을, 겨울을 지나 연말까지 주제를 조금 다양하게 펼쳐낼  있을  같은데   분이 되든 참여하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들고 서로 공감하고 나누는 자리가 되도록 꾸미고 싶다. 수업 이름 톡톡처럼 그림책이 톡톡, 설레고 즐거운 두드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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